2022년 1월 28일
의사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저녁 약을 받기만 했고, 2주간 안정제를 한 번도 먹지 않고 잠을 잤다. 새벽에 꼭 한 번씩 깨고, 잠이 들기까지가 좀 힘들기는 하지만, 어차피 약은 끊어야 하니까 계속 안정제를 먹지 않으면서 지내보려고 한다. 오늘도 아침 약만 받아 왔다.
최근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였다. 사적인 영역에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최근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일을 받아들여서 이해한 뒤 평정심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그걸 포함해서,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진료에서는 묘하게 나를 다독이는 듯한 말을 많이 들었다. "제가 뭘 잘못했을까요?"라고 말했을 때도 "그럴 수도 있죠. 보현 씨 탓이 아니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좀 야박하게 말한다면 의사와 환자란 돈이 오가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우울증의 치료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서 의사 선생님과 내가 이인삼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그래서 진료 막바지에 내가 2주간 해 왔던 온갖 노력들을 주워섬길 무렵,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설거지는 잘하고 있어요?"
"제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엊그제 술 취해서 들어와서 했어요."
"그건 술주정 같은 거예요?"
그리고 너털웃음과 함께 진료가 끝났다. 진료실을 나왔을 때는 마음이 퍽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