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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자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2022년 1월 30일

by 보현
noname.png 척하면 척, 쿵 하면 짝.


어젯밤에는 집에 친구를 불러서 와인 두 병을 작살냈다. 연휴를 맞아 미용실에 갔다는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며, 냉장고에서 얼어 죽어 가던 양배추와 베이컨을 몽땅 때려 넣어서 간단한 찜 요리를 만들었다. 작은 냄비를 꽉 채운 찜을 먼저 게눈 감추듯 해치웠고, 멜론 반 통과 컵라면 한 개와 케이크 반 판도 죄다 우리 입으로 사라졌다. 그 밤중에 보고 싶은 사람들한테는 죄다 돌아가면서 전화를 걸었던 것도 같다.


덕분에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해장용 라면부터 끓여야 했다. 해장하고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 자느라 아침 약을 빼먹었다는 건 조금 늦게 깨달았다. 아무튼 이로써 선물로 들어온 와인을 전부 먹어 없앴는데, 싱크대 옆에 쪼로록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와인병들을 보니 조금 자괴감이 들려고 한다.


이게 연휴 첫날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까? 물론 무척 즐거운 시간이기는 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은 혼자 있으면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사람을 많이 만나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이 비집고 나올 틈이 없었다. 그런데 그만큼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더 새삼스럽고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는 원래 고요한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러다가는 중심을 잡는 방법을 잊을지도 모른다. 다시 혼자 있는 연습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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