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래서 기자를 안 만났습니다
가까운 친구들 중 몇몇은 "함께 길을 가다가 갑자기 노트북을 켜고 주저앉아도 이해해 줄 사람은 남기자뿐이다"라면서 기기 커플을 꿈꾼다지만, 나는 24시간 365일이 일로 점철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친한 친구들, 출입처와 현장과 흡연구역과 술자리에서 만나곤 하는 사람들이 전부 기자인데, 남자친구까지 기자라면 정말이지 그때 가서는 정말로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리라는 공포(?)가 있었다.
음악, 영화, 책, 운동, 그게 아니면 뭐라도 좋으니 서로의 삶을 일 외의 것으로 풍성하게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픈 바람이 간절했다. 그때 남자친구가 짠, 하고 앞에 나타났다. 언젠가 별 기대 없이 남자친구에게 "밴드 '9와 숫자들'을 좋아해요"라고 말하자 "꼭 선물 받은 것 같네요"라면서 자기 마음에 든 곡을 콕 집어 알려 주었을 때, "어, 어……?" 하면서 속절없이 끌려 들어갔던 것 같다.
그 뒤로 남자친구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고 믿고, 기자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이라고 말해 주고, 내가 쓴 글을 보고 즐거워하며 자존감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장문의 주접이다. 옹색한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지키기 위해 꾹꾹 눌러 왔던 말들을 여기에 쓰고 있다. 아무튼 사는 세계가 아주 다른 사람을 만나면 즐거운 일이 많다. 지면과 메인 뉴스 따위에만 갇혀 있던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을 맛보고 있다. 내가 머잖아 정치부 같은 곳에 팔려 가서 혹사당하느라 남자친구를 서운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걱정인데,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