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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May 27. 2022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

    언젠가 친구가 내게 외로움에 대해 토로하며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만은 네 편이 되어 주겠다고 달래 주었지만, 그게 피상적인 말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종종 한다. 이제 와서야 당시에 친구가 느꼈을 감정을 절절할 정도로 깊이 이해하고 있다.


    자살 희망자가 SOS를 치는 심정으로 찾아가서 외롭다고 말하며 울었더니, 남들이 내게 벽을 세우는 것 같지만 실은 네가 남들에게 벽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걸요. 전부 내 잘못이라고 야단을 맞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렸다. 그쪽으로 나 있던 문도 조금 닫았다. 그렇게 내 발목을 붙잡고 있던 미련이나 애착 같은 것이 조금씩 사라지는 게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모두 바닥이 나면 미안해하지 않고 훌훌 털고 떠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아직은 먼 일이고, 아직은 외로움이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에, 누군가 내게 해 줬으면 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해 주며 마음을 달랜다.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말을 걸고, 마음을 쓰고, 들여다보고. 그러니까 결국 그 모든 것은 나를 돌보는, 자기만족에 가까운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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