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이 울려 주신 경고 사인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내가 20대 초반 아가였을 때, 모종의 일 때문에 어떤 모임을 같이 했던 중년 남성과 집 방향이 같아서 집에 같이 온 적이 있었다. 그때가 한 자정쯤이었는데, 그 남성이 아주 정중한 어조로 같이 차를 한 잔 하면서 대화를 더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어떻게든 거절을 했던 것 같다.
그 일이 자꾸 생각이 나서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 제정신이 박힌 성인 남성이라면 자신보다 수십 살 어린 여성에게 우정을 쌓자고 하거나 단둘이 늦은 시간에 술이나 차를 마시자고 하지 않는다. 만약 그때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주 작은 경고음을 무시하고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라는 압력에 따랐더라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내 밑으로 여자 후배가 들어올 때마다 혹시 누군가 밤늦게 원치 않는 술자리를 강요한다면 꼭 나나 여자 선배들에게 이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한국 여자들은 사양이나 거절을 무례로 배워 왔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게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이제 내가 그 역할을 해 줄 나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