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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Jul 12. 2022

말러만 남았다

불륜하는 남자의 찌질함


    남들은 〈헤어질 결심〉을 다시없을 절절한 로맨스 영화로 보고 나왔다던데, 나는 장해준의 시선을 따르는 영화 러닝타임 내내 이마에 내 천 자를 그리며 '와, 꼴값……', '왜 저래……'만 속으로 되뇌느라 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프레임 단위로 핥아먹을 만한 요소가 가득했지만 나는 장해준의 찌질함에 압도당해서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박찬욱 감독은 역시 남혐의 거장이라, '불륜'에 심취한 남성의 우유부단함과 찌질함이 박해일의 반듯한 딕션과 외모, 그리고 박찬욱 특유의 탐미하는 시선으로도 영 가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영화가 불륜을 '미화'하고 있다며 준엄한 분노를 내뿜으며 영화를 단죄해야만 한다고도 하던데, 나랑 같은 영화를 본 것 같지가 않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이해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자기 감정에만 취해 사랑을 되뇌는 열 트럭쯤 되는 남자들이 떠올라서 도무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치를 떠는 양을 가만히 보던 후배가 "홍상수 영화 같은 찌질함이었나요?"라고 물었다. 그 비슷한 결이 느껴져서 더 싫었던 것 같다. 박찬욱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번 영화는 굳이 줄을 세우자면 아래쪽에 가 있을 것이다. 그건 그거고, 요즘 통 클래식을 듣지 않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말러만 남았다. 별로 내 취향은 아니긴 하나 레퍼토리를 하나 늘렸다는 데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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