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만 시작됐다 하면
이러다 누구 하나 잡겠다 싶어서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 나는 사회부를 떠나 온 지 오래되었고 중부라인에 출입한 적도 없어서 안면은 없다. 하지만 각종 집회와 시위와 기자회견을 쫓아다니면서 현장에서 만나는 정보관들과 꽤 가깝게 지냈고 지금도 종종 만나 술을 걸치기 때문에 속보를 보자마자 그 사람들의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기분이 크게 가라앉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내가 좋아하는 경찰들에게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서 정신과 의사 흉내를 냈다. 별일 없으시죠? 요즘은 어디 계세요? 세 끼 다 꼭 챙겨 드시고 잠은 푹 주무셔야 해요. 서울을 떠난 사람에게는 서울에 안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얼굴도 모르는 어떤 경찰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