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땔감으로 쓰지 말자
나는 몇 년 전 준비도 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친지의 죽음을 대할 때와 같은 태도로 사건을 대해 왔다. 허망하다고도, 어처구니없다고도 감히 말할 수 없는 사고 앞에서 유족들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고 그 앞에서 내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죄스럽게 느꼈다. 이번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처한 업무 환경에 대한 날것의 불평을 며칠째 하고 있고, 그것이 언론계라는 집단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슬픔의 덩어리를 그저 내 감정의 양념처럼 소비할 수도 있는 모양새를 최대한 배격하려고 나름대로 애써 왔다. 그것이 희생자와 그 주변인들을 어느 정도 대상화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내 직업의 원죄를 속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자들은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지 보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추모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진영 논리 안에 피해자들을 마구잡이로 던져 넣고 있다. 그 꼬락서니를 도저히 평온한 마음으로 보고 있기 힘들다. 구역질이 난다. 그리고 무력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