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서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세 청년 중 심리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선착순인 줄 알고 신청 폼이 열리자마자 득달같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했더니만, 신청 단계에서 답변해야 하는 항목이 꽤 많았다. 나름대로 대상자를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상담을 받고 싶은 사항을 500자 이내로 구체적으로 적으라고 했는데, 지금 글자 수 세기 프로그램을 써서 세어 보니 내가 쓴 내용은 그 반절인 250자에 채 미치지 못했다. 사실 길게 적을 필요가 없었고 그럴 기운도 없었다. 삶이 무료한 단계를 넘어서 미래에 대한 호기심, 미지에 대한 흥미와 같은 감정이 거세되다시피 했다. 이유를 아는, 혹은 까닭을 모를 괴로움에 시달려 몸이 펑 터져 버릴 것만 같을 때면 잠으로 도피할 때가 많다. 얘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기운이 신청서에서 묻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죽을 수도 있거나, 딱 죽고 싶을 만큼 다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장소나 행동은 전부 피한다. 웃기는 일이다.)
아무튼 요즘은 물속에 산소통도 없이 들어간 상태에서 목이 졸리는 듯한 기분을 시시때때로 느끼지만 병원에만 가면 귀신같이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젖어 약을 타 오고 아침마다 약 두 알씩을 삼키는 데서 나아가서 뭔가 다른 수를 써야 했다. 기특하게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것을 보면, 안개가 낀 것처럼 24시간 머리가 멍한 상태에서도 내 몸은 나를 살리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나 보다. 안내받기로는 상담사로부터 이달 중순쯤 연락이 온다고 했다. 내가 적어 보낸 두 개의 검사지가 나에 대해 과연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가 일단 좀 궁금하다. 그리고 예정된 최대 10회기의 상담 안에 무엇인가 달라질 수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