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총알
총-맞다 [동사]
1. 총격(銃擊)을 당하다. (Oxford Languages)
2. 갑자기 예정에 없던 지시를 받아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다.
여기 한 사건팀 기자가 있다. 회사에 따라서 기동팀이라고도 불리는 사건팀은 흔히들 떠올리는 사회부 기자, 정확히 말하면 사회부 안에서 일선 경찰서에 출입하고 각종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팀에 소속된 기자다. 어쨌든 그 사건팀 기자는 캡(팀장)이나 바이스(부팀장), 혹은 1진(사수)의 눈을 피해 어딘가에서 은·엄폐를 하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있고, 집회·시위·기자회견이 없는 날의 한가로움을 마음껏 누리며 취재원과 티타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기사 마감을 끝내고 퇴근하는 도중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던 중 불길한 진동과 함께 메시지 한 통이 온다. "○○에 불났단다. 얼른 가 봐라." 망중한은 얼어 죽을.
여기 한 정치부 기자가 있다. 기자들과 연이 닿을 일이 없는 보통 사람들은 구분해서 쓰지 않지만, 사실 정치부 안에는 청와대에 출입하는 청와대팀, 국회에 출입하는 정당팀, 국방부와 통일부 등에 출입하는 외교·안보팀 등 여러 팀이 있다. 아무튼 그 정치부 기자는 모처럼 삼청동에 나가 해바라기를 하며 맛있게 점심을 먹고 있을 수도 있고, 식곤증을 이기기 위해 국회의사당 건너편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멀고 먼 길을 다녀오는 길일 수도 있다. 그러던 중 불길한 진동과 함께 메시지 한 통이 온다. "○○○이 백브리핑한다는데?" 해바라기는 얼어 죽을.
'총 맞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쓴다. 주로 '발생'(갑자기 벌어지는 상황)이 많은 부서에서 자주 당하는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발생이 적은 경제·산업부에서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 이때 총을 쏘는 주체는 대체로 데스크다. "총 맞았어"라고 동료들에게 말한다면 어떤 상황인지를 단박에 알아들은 그들에게서 안쓰럽다는 눈빛을 넘치도록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왜 하필 총인지는 모르겠다. 눈 깜짝할 새에 피하지도 못하고 맞아야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기자 사회의 은어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더러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것들이 있다. '총 맞다'와 '킬하다'가 그중 일등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