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이라는 놈이 욕을 해서
그 애는 개처럼 맞고 있었다. 과장이나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랬다. 나는 그전까지 사람이 그렇게 맞는 광경을 본 일이 없었다. 교탁 앞으로 불려 나갔고, 안경이 벗겨졌고, 손바닥이 날아왔다. 발길질도 더해졌다. 그 애가 쓰러지자 양다리가 쓰러진 그 애의 배로 번갈아 묵직하게 날아들었다. 교실에 소름 끼치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윽, 윽, 하는 신음 소리와 억눌린 울음소리, 뭔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고작 열한 살이었다. 그렇게 무지막지한 폭력 앞에 노출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시간이 무척 느리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 애가 새빨개지고 흠뻑 젖은 얼굴을 두 손으로 닦으면서 일어났다. '반장이라는 놈이' 습관적으로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그 애는 그렇게 두들겨 맞곤 했다.
성인이 된 나의 시선으로 그날 교실의 풍경을 재구성하기 전까지, 나는 그것이 끔찍하고 불합리한 폭력이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많은 일들이 이런 식이다. 당할 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그것을 언어로 재구성할 수 있을 때에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이다. 그리고 뒤늦은 분노는 오갈 데 없이 내 안에서만 맴돌다가 나를 갉아먹곤 한다.
6학년이 되어 그 선생님이 다시 한번 나와 그 애가 속한 반의 담임이 되었을 때, 선생님이 그 애를 가리키며 "내가 쟤를 인간으로 만들었잖아"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을 때,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나를 꽤 예뻐한 편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선생님이 '나쁜 짓'을 했으리라고 생각하는 일 자체를 거부해왔던 것 같다. 그 애는 6학년 새 학기가 시작한 바로 다음날 전학을 갔다. 그 애가 왜 전학을 가야 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