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스쿨의 클래식 조기교육
미션스쿨의 설립 취지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불신자들에게까지 널리 이르게 하는 것일진대, 어쩌다 뺑뺑이로 미션스쿨에 들어간 불자 집안의 자녀인 나는 재학 기간 내내 개신교인들 특유의 가치관이나 생활양식이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끝끝내 실패했다.(아래 영상의 댓글 창도 너무 홀리해서 퇴마당할 것 같다…….) 대신 클래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만 열심히 다지고 졸업했다. 학생들로 이루어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지휘까지 하는 음악 교사가 있는 환경에서 헨델 오라토리오를 직접 배울 수 있는 인문계 학교는 많지 않을 테니까.
아직 '놀토'라는 게 있던 시절에 내 모교는 토요일마다 조회를 하는 대신 예배를 봤다. 가끔은 학생들이 찬양을 하러 예배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십 대 시절처럼 깨끗하고 맑은 고음을 낼 수는 없지만, 당시에 배운 <깨끗게 하시리>의 소프라노 파트는 셈여림표까지도 외우고 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할렐루야>를 무대에 올렸는데, 이것도 소프라노 파트만큼은 다 외웠다.
교사가 애들을 교탁 옆에 줄 세워서 뺨을 때리기도 했고, 용모가 곱고 얌전한 여학생들만 골라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하던 '빽' 있는 교사도 있었고, 여러모로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거리가 멀고 끔찍한 학교이기는 했는데,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서워서 12월만 되면 예배당을 울리던 합창 생각이 난다. 그래서 올해 연말에도 집에서 혼자 뱅쇼를 만들고 케이크를 베어 먹으면서 헨델 오라토리오를 들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