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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Dec 02. 2021

크리스마스에는 메시아를

미션스쿨의 클래식 조기교육

내가 배웠던 것과 가사 번역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골라 왔다.


    미션스쿨의 설립 취지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불신자들에게까지 널리 이르게 하는 것일진대, 어쩌다 뺑뺑이로 미션스쿨에 들어간 불자 집안의 자녀인 나는 재학 기간 내내 개신교인들 특유의 가치관이나 생활양식이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끝끝내 실패했다.(아래 영상의 댓글 창도 너무 홀리해서 퇴마당할 것 같다…….) 대신 클래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만 열심히 다지고 졸업했다. 학생들로 이루어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지휘까지 하는 음악 교사가 있는 환경에서 헨델 오라토리오를 직접 배울 수 있는 인문계 학교는 많지 않을 테니까.



    아직 '놀토'라는 게 있던 시절에 내 모교는 토요일마다 조회를 하는 대신 예배를 봤다. 가끔은 학생들이 찬양을 하러 예배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십 대 시절처럼 깨끗하고 맑은 고음을 낼 수는 없지만, 당시에 배운 <깨끗게 하시리>의 소프라노 파트는 셈여림표까지도 외우고 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할렐루야>를 무대에 올렸는데, 이것도 소프라노 파트만큼은 다 외웠다.


    교사가 애들을 교탁 옆에 줄 세워서 뺨을 때리기도 했고, 용모가 곱고 얌전한 여학생들만 골라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하던 '빽' 있는 교사도 있었고, 여러모로 그리스도의 복음과는 거리가 멀고 끔찍한 학교이기는 했는데,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서워서 12월만 되면 예배당을 울리던 합창 생각이 난다. 그래서 올해 연말에도 집에서 혼자 뱅쇼를 만들고 케이크를 베어 먹으면서 헨델 오라토리오를 들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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