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0일
불필요한 말을 정말로 하지 않는 우리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이제 슬슬 하산을 준비해야죠"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굉장한 낭보다. 약이 잘 맞아서(이건 내 추측이다) 진료 간격을 1주에서 2주로 늘렸을 때도 그에 대해 별 언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곧장 까르르 웃으면서 "정말 잘됐는데요!"라고 말했다. 통원을 시작한 지 이제 7개월 차, 점점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요즘은 병증에 대해 별로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으니까 글로 쓸 내용도 없다. 오늘도 진료실에 들어가서 의자를 빼고 앉자마자 "요즘은 정말 드릴 말씀이 없어요. 정말 별일이 없어서……."라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그게 좋은 거라고 했다. 심지어 이번 2주간은 아침에 급하게 출근하느라 아침 약을 2번 정도 빼먹었는데도 별일이 없었다.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괜찮았죠? 원래 그런 거예요"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수면 시간을 당겨 봤는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는 했더니, 저녁에 먹는 안정제를 한 알에서 반 알로 줄였다. '하산 준비'라는 말도 그때 나온 거였다. 내가 먹어 온 약들이 내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해 왔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점점 상태가 나아가기 시작하고 수면의 질에도 별로 문제가 없어서 안정제가 몸을 지나치게 축축 처지게 만드는 것이려니 혼자 납득했다.
완만하게 연착륙 준비를 하려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동안 많이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