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싱병 수술

직업적 소명에 관하여

by 찐보아이

쿠싱병이 왜 생겼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 호르몬이

너무 많이 생겨서 생긴 병이라는데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생긴걸까?

무리하게 공무원 일을 해서 생긴 것일까?

공무원이 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건강할까?


수술 4일차.

나는 지금 다시 생각이 많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병동 엘리베이터 앞에서 신랑과 인사를 했는데 마음이 먹먹하면서

눈물이 났다.


죽는 병은 아니라고 해도 모든 수술에는 위험이 있고 변수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몸의 CPU라고 할 수 있는

뇌수술이다. 읔.


운좋게도 나는 국내 최고 권위자 의사선생님께 수술 받을 수 있었다. 뭐랄까.

스윗한 의사선생님이셨다.


"생과 사"라는 신의 영역을 돕는 사람으로서의 투명함과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 있는 묘한 느낌의 의사선생님이셨다.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

종합병원 의사선생님 답지 않게 평일 밤에도 계셨고 주말 밤에도 계셨다.


그런 의사선생님을 보면서 일의 소명과 사람의 사명에 대해 생각했다.


백범 김구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을 하셨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공무원은 분명히 남을 돕는 일이고 국민을 위한 일이며 나같은 경우 건축직이기때문에

안전과도 너무나 직결된 일이다.


내가 만약 소명으로 일했다면 월급대신 선물을 받았을까?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은 매력이 없다.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월급도 적다.

다만, 소명과 한 사람의 사명으로 일한다면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묘한 눈빛의 내 의사선생님처럼 소명을 다 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번씩 피 뽑아가고 주사놔주는 간호사 선생님, 나를 검사실로 데려다주는 이송요원,

하루 세끼 밥 갖다 주시는 영양사선생님 등등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분들을 바라본다.


두번 바라보고

세번 바라본다.


나도 다시 건강해져서

저렇게 밝게 일했으면

그리고

저렇게 빛나게 소명을 다했으면...


여리여리하고 어린 간호사: 어머, 보호자 집에 가셨나보네요. 이리주세요. 식판 제가 갖다드릴께요

나: 아니에요! 간호사 일도 바쁘실텐데 제가 해야해요.

여리여리하고 어린 간호사: 괜찮아요. 이리주세요.

나: 고맙습니다.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나 따스하고 고마운데

나는 그 햇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처럼

여리여리하고 어린 간호사가 베푼 햇살과 같은 친절에

"고맙습니다" 라는 말 밖에

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지금

아무것도 없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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