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

by 김커선
미치겠다

시간이 없다.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이틀 전부터 시험기간이 시작되었다.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은 대가는 혹독하다. 시험 볼 때마다 전공서적 한 권, 운이 좋으면 반 권을 외우고 들어가서 시험 봐야 한다. 하루 2과목이면 그나마 양반인데 하루 3과목이 겹치는 날에는 어찌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전 세계 코로나 대유행이 선고된 후 학교 개강이 3월 15일로 미루어졌다. 방학 동안 졸업논문 실험 때문에 시간이 없었는데 그럼 글을 써야지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놀았다. 펭수 영상을 보고 또 보고 낄낄대며 시간을 보냈다. 지겨워지면 펭수 팬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열심히 눈팅을 했다. 이번주 펭수의 스케줄이 이렇구먼. 갑자기 개강일이 다가왔다.


개강은 했지만 학교는 갈 수 없었다. 2주간 온라인 수업을 들으라고 했다. 이때다, 정말 글을 써야지라고 결심했다. 온라인이야 오늘 안 들으면 내일 들으면 된다. 놀았다. 뭘 하며 놀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자전거 한 번 타고 오면 하루가 지났던 것 같다. 한 것도 없이 학교 가야 할 날이 또다시 다가왔다.


학교측은 비대면 강의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1학기에 학교서 수업받기란 어려울 것 같았다. 어차피 나가지도 못하는데 공부도 하며 이제는 정말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글을 쓸 절호의 시간이었다.


어 뭐지? 눈 한 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갑자기 6월이 되었다. 글도 안 쓰고 공부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무더위라니. 그것도 모자라 벌써 시험기간이다. 외워야 할 것들은 산더미인데 시간은 촉박하다. 본다고 봐도 도무지 머릿속에 저장이 되지 않는다. 머리를 쥐어박으며 다시 보고 계속 보는 수밖에 없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깝고, 줄넘기하는 시간도 아깝고, 씻는 시간도 아깝다. 수도꼭지 틀어놓 듯 흘려보낸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1분을 쪼갠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간절함인가.

나는 대체 시간이 많을 때, 시간이 흘러넘쳤을 때 뭘 한 걸까. 요즘은 책도 안 읽고 영화도 잘 안 보는데 뭘 한 건지 진지하게 나 자신에게 묻고 싶다.


어 근데 이런 후회가 낯설지 않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뿐 지난 학기에도 그랬고, 지지난 학기에도 지지 지난 학기에도 그랬다. 미루다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야 혼쭐나도록 발등에 불떨어지게 한다. 끝내기도 바쁜데 마무리가 어디 있나. 맨날 이런 식이다. 이 눔의 버릇, 진짜 미치겠다.

정말 이러지 말아야지. 이제부턴 이러지 말아야지. 비장한 심정으로 석가모니의 유훈을 가슴에 새겨본다.

게으르지 말고 해야 할 바를 모두 성취하라 (이 어린 중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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