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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선 Jun 17. 2020

줄넘기를 하자

요즘 새롭게 시작한 운동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줄넘기이다.

예전에 TV에 나온 한 연예인이 줄넘기로 체력관리를 한다고 했다. 지방으로 영화 촬영을 가서 비가 오면 여관방에서라도 했단다. 매일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도 해 봐야지 했던 게 수년이 지나 버렸다.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걷기도 부지런히 하는 편이지만 역시 심장이 쿵쾅거리고 땀도 좀 삐질 나 줘야 운동한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유행하는 주짓수를 배워볼까 킥복싱을 해볼까 택견을 다시 시작할까,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관건은 시간이었다. 운동을 위해 꾸준히 시간을 내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요즘같이 전염병이 돌면 더더욱 나가기도 어렵다. 그러다 다시 생각한 게 줄넘기였다. 그러고 보니 줄넘기를 하려고 예전에도 몇 번 시도는 했었다. 한 번은 튀니지를 여행하던 중, 시장에서 분홍색 줄넘기를 보고는 1000원에 샀던 기억이 있다. 줄 한 번 못 넘겨보고 누군가에게 줘버렸던 것 같다. 예기치 않게 지난 몇 달간 집에만 머무르며 드디어 마침내 기필코 줄넘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100개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숨이 차고 골이 흔들렸다. 자꾸만 발에 걸리니 짜증이 왈칵 밀려왔다. 첫날 목표가 1000개였는데 까마득하기만 했다. 능력이 부족할 땐 시간과의 싸움이 된다. 어떻게든 시간은 흐를 테고 계속하다 보면 다 되게 돼 있다. 고작 줄넘기 1000개 하는데 30~40분은 족히 걸렸던 것 같다. 줄넘기 목표치를 매일 100개씩 더하기로 했다. 일주일, 이 주일이 흐르자 점차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한 달이 되자 어느덧 목표량은 하루 4000개가 되었다.


줄넘기를 하며 좋은 습관이 여럿 생겼다. 먼저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공원에서 한 시간씩 줄넘기를 하고 있으면 아침 산책 나온 주민들을 다 마주치게 된다. 요즘 마땅히들 갈 데가 없어서인지 인근 주민들이 다 공원에 나오는 것 같다. 어찌나 복작대는지. 사람들 보기 민망해서 피하려다 보니 강제로 일찍 나가게 되었다. 해가 어렴풋이 뜨는 새벽 5시가 되면 공원에 나갈 준비를 했다. 물론 그 시간에도 1~2명은 꼭 마주친다. 일찍 일어나야 하니 또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 오후 9~10시만 되면 잠이 솔솔 온다. 요 시간이 취침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줄넘기 덕분에 규칙적인 수면-기상 패턴이 생겼다.

줄넘기는 다리로 하는 운동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무엇보다 줄을 돌리는 팔이 너무 아팠다. 두 달이 흐르고 어느덧 팔뚝에 든든한 근육이 잡히기 시작했다. 원래 팔 힘이 약한 편이었는데 기운이 좀 세지지 않았을까 기대한다. 물론 종아리 근육도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시종일관 콩콩 뛰다보니 위장관 운동에 도움이 안 될수가 없다.


그런데 아침에 무리해서인지 오전에 살짝 피곤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아침은 가벼운 조깅으로 대신하고 줄넘기를 저녁 시간으로 옮겼다. '오늘은 좀 건너뛸까, 힘든데' 게을러지는 마음과 부담감을 물리치려고 한 번에 1000개만 하는 걸로 바꿨다. 도리어 피곤할 수록 한 번 뛰고 오면 잠도 푹 자게 된다. 이제는 비가 오건 바람이 불건 피곤하건 시간이 없건 상관없다. 옷이 어떻고 신발이 어떻고 다 필요 없다. 돈도 들지 않는다. 80g짜리 줄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 있어도 심장이 뛰고 땀도 삐질 나는 운동을 할 수 있다. 길게도 필요 없다. 하루 딱 10분이면 된다. 나가서 퍼뜩 1000개만 딱 하고 들어오면 세상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저녁에 상기된 기운이 줄넘기를 하다 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같다. 머리가 맑아진다.


나는 오늘도 줄넘기를 하러 간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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