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엔 벽만 보고 있어도 재밌다"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감합니다. 교실에서 수다를 떨어도 시험기간만 다가오면 괜히 더 깔깔거리게 됩니다.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는데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시간이 없습니다. '시험기간이니까 이만'하면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면 그렇게 아쉬워집니다.
이번에도 괜히 하고 싶은 게 이것저것 생각납니다. 평소 그냥 하면 되던 일들인데 지금은 누가 못하게 말리는 것처럼 마음만 간절해집니다.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히 불면 자전거를 휙 타고 나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습니다. 남산 둘레를 따라 서울을 환하게 내려다보며 천천히 걷고 싶습니다. 그간 연락 안 하던 지인이 괜히 만나고 싶어 집니다. '시험만 끝나면 내가' 들썩들썩하는 궁둥이를 의자에다 겨우 잡아 놓았습니다. 아니 무엇보다 잠을 푹 양껏 자보고 싶습니다. 아 그럼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사실 뭐 시험에 대한 압박감만 유별났지 지금 들여다보는 것들이 시험에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성적에 영향을 줄만큼 대단한 암기력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냥 맘 편히 두 다리 쭉 뻗고 잘까 하다가도 그래도 시험에 대한 예의가 있지 하며 괜시레 책상에 앉아 밤을 지새웁니다. 그 사이 암기력은 점차 나빠지고 있습니다.
아! 갑자기 생각난 게 있습니다. 시험 끝나고 진짜 하고 싶은 일, 매번 다짐하지만 막상 하지 못했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래 나는 생각해 낼 줄 알았습니다. 히힛. 뭐냐고요? 바로 제대로 공부하기입니다. 시험지를 받아 들 때마나 출제자분께 송구하고 채점자분께 민망하며 스스로가 안타까운 상황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싶습니다. 시험 때만 반짝하는 벼락치기 그만두어야 합니다. 시작 전에는 엄두가 안 나도 막상 시작해보면 참 재밌는 게 공부입니다. 이번 시험만 끝나면 진짜 이번 학기만 끝나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여름 내내 땀을 흘리며 공부할 것들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과연 이 말을 이번엔 지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