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하는 힘

by 김커선

석 달전부터 면역학 스터디를 시작했다. 현업에 종사하는 몇몇 분이 공부에 필요성을 느껴 만든 모임이었다. 요즘처럼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면역학을 복습하면 좋겠다 하여 그 틈에 나도 운 좋게 참여하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 모두들 퇴근을 끝내고 모이면 8시였고 그때 스터디가 시작된다. 보통 9시면 이불 깔고 잘 준비를 하는 내게 일단 시간 자체가 도전이었다. 스터디는 두 시간 반 동안 면역학 강의를 함께 보면서 문제를 풀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주중 근무를 끝내고 천안에서도 올라오고 수원에서도 오고 열정들이 대단했다. 예전 학부 때도 면역학 수업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과연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적지 않았다. 첫 모임 전날부터 잔뜩 긴장이 들었다. 예습을 철저히 해야 했다. 1주 차 동영상을 보는 순간 큰일이구나 싶었다.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다. 얼핏 미생물학 시간에 다루었던 내용 같은데 시험 보는데만 급급했지 교과서를 꼼꼼히 읽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얼렁뚱땅 시험 전날부터 보고 들어가도 의외로 성적이 잘 나왔고 그래서인지 벼락치기 습관이 쉬이 고쳐지지 않았다. 스터디에 갔는데 나 혼자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 거리고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강의 내용을 2번, 3번 연거푸 돌려보기 시작했다. 일단 낯선 용어를 정복해야 했다. 면역학 책을 구해다 해당되는 내용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하 이게 이런 뜻이었구먼, 이제야 말이 되네.


몇 번을 돌려봐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채 첫 스터디 모임에 참석했다. 다소 긴장이 되었다. 진짜 나만 모르고 앉아 있으면 어쩌나. 윈윈 하자고 모였는데 모임에 도움은 못 줄망정 폐는 끼치지 말아야 했다. 근데 참 희한한 일을 경험했다. 나 혼자 볼 땐 이해도 안 가고 따로따로 놀던 내용들이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솨사삭하고 연결되며 풀리기 시작했다. 와 이게 이런 내용이었다니 하며 무릎을 쳤다.

두 번째 모임, 세 번째 모임도 그리고 석 달이 지난 오늘도 마찬가지 일을 경험하고 있다. 방향도 없이 둥둥 떠다니던 지식들이 마치 실을 꿰듯 꿰어진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 때마다 앎의 희열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무릎이 남아나질 않는다. 나도 몰랐던 걸 내가 깨칠 능력이 있었음을 자각할 때마다 자존감도 조금씩 올라간다.

스터디가 아니었으면 그 시간에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흘려보냈을 시간에 강제로 공부하고 있는 게 참 좋다. 혼자 하면 게을러 지기 십상인데 함께하니 그럴 염려가 작아진다. 무엇보다 좋은 건 혼자선 알 수 없던 것들을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깨칠 수 있음을 알게 된 거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무언가를 하는 거였구나. 여행도 혼자 다니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고 오로지 혼자 혼자에 익숙했던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하는 힘을 경험하며 배워가는 중이다. 여태껏 혼자 할 수 있는 웬만한 것들은 혼자서 경험해 봤던 것 같다. 내가 아닌 사람과 함께한다는 건 새새로운 삶의 방식이고 나에겐 도전이다. 그리고 기꺼이 그 모험을 받아들이고 부딪쳐가며 내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계속 경험하고 배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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