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거실로 옮겼습니다

by 김커선

9월도 변함없이 비대면 생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지난 상반기를 결산해 봤더니 아침 산책과 줄넘기를 빼고는 딱히 꾸준히 가열차게 매진한 활동도 떠오르지 않고 시간만 휙 지나갔더군요. 9, 10, 11, 12월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짧습니다. 게다가 해도 점점 짧아지고 있으니 자칫하다가는 눈 감았다 뜨면 바로 12월이 오고, 송년회를 하니 마니 자빠져 있을 것 같은 불길함이 엄습합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배낭여행을 다니다 귀국한 뒤, 2년간 쌓인 여독을 제때 제대로 풀지 못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게 쉬이 피로를 느낍니다.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나 건강 염려증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간 알음알음 주워들은 양생법을 제 생활에 접목해 보기로 했습니다.


10시 취침, 4시 기상

그간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본 결과 경험상 건강을 지키려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잠이 중요하더라고요. 잠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었습니다.

뇌에는 Blood brain barrier(BBB)라고 불리는 혈액 뇌 장벽이 있습니다. 어디 가서 "아 그 뇌에 있는 BBB? 그것 때문에 약물도 잘 통과를 못 한다며." 하면 오- 소리 좀 들으실 겁니다. 뇌는 우리 몸의 사령탑으로 핵심적인 기관입니다. 혈관에서 세포로 물질이 함부로 왔다 갔다 하다가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도 손쉽게 뇌로 침투해 버리는 에헤~ 치명적인 일이 발생하는 거죠. 뇌혈관은 tight juction이라는 밀착 연접된 내피세포로 둘러 싸여 있어 혈액에서 세포로 물질 이동이 다른 기관처럼 자유롭지 않습니다. 치매나 정신과 질환 등 뇌에 작용하는 약물 개발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뇌는 우리 몸의 기타 장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유지, 보호되고 있습니다. 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우리가 잠을 잘 때에야 비로소 뇌척수액이 뇌 세포 사이사이에 쌓인 노폐물들을 싹 물청소해 줍니다. 잠이야말로 뇌 건강을 지키고 미래에 발생활 뇌 관련 질환을 예방해 주는 최고의 보약이라 할 수 있는 거죠.

예전에 어떤 유명 예술가가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요"라며 수면 시간을 줄이고 연습에 매진한다는 인터뷰를 했던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걸 보고 저는, 그래 천재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평범한 나 같은 애가 지금 이러고 널브러져 잘 때가 아니지라며 괜히 혼자 비장 모드를 켰더랬지요. 특정 예술이나 운동처럼 젊은 시절, 딱 고때만 갈고닦아 발휘할 수 있는 기량이란 게 있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인생을 길게 보면 섣불리 잠을 희생했다가는 아이쿠 머잖아 몸이 탈 나기 십상입니다. 특히 저같이 허약 체질은 잠을 잘 자야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살아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 가장 애쓰는 부분이 바로 규칙적인 수면시간 확보입니다.

10시 취침, 4시 기상

이 간단한 룰을 일상생활에 적용시키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직은 그때그때 일정에 변수가 있거나 자려고 누웠다가도 핸드폰에 정신이 팔려 취침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어느덧 밤 9시가 넘어가면 슬슬 하품이 나오기 시작하는 게 어느 정도 이 취침-기상 패턴에 익숙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12시 이전에 잠들어야 잠의 질이 향상되는 건 성장호르몬과 연결 지어도 사실인데 거 논문이 어딨더라, 연구 논문을 뒤져서 팩트를 적으려고 했는데 그러고 싶었는데요, 글도 길어질 것 같고 또 약간 귀찮기도 하니 생냑하겠습니다 음음. 근데 제 경험상 같은 시간을 잔다고 하면 확실히 자정 전에 잠들 때가 기상했을 때 훨씬 상쾌하고 컨디션도 더 좋더라고요.

규칙적인 수면이야말로 요즘 제가 어떻게든 만들고 지키려고 애쓰는 습관 가운데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벽 산책

한동안 새벽 산책을 즐기다가 잠시 소홀했었는데요, 요즘 다시 새벽 산책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 느꼈던 건데, 산책길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그냥이 아니고 진짜 엄청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전만 해도 새벽에 나가면 한 두 명 마주칠까 말까였습니다. 요즘엔 일출 전이라 사방이 어둑어둑한데도 산책 시작 5분 만에 한 스무 명은 마주치는 것 같습니다. 오고 가는 좁은 길에서 요리 비킬까 조리 비킬까, 마스크를 쓰니 마니 하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안 되겠습니다. 그럼 저는 더 일찍 나가야겠습니다.

요즘은 해가 6시는 되어야 뜨니 새벽 5시면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는 않겠죠? 저는 무겁게 촤악하고 가라앉은 약간은 축축하고 약간은 선선한 특유의 고요한 새벽 공기가 좋습니다.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규칙적인 하루를 만들어 주기에 새벽 산책은 참 좋은 시작인 것 같습니다.



책상은 거실로

얼마 전 제 방에 있던 책상을 거실로 옮겼습니다. 하루 종일 방에 처박혀 있으니 자꾸만 딴짓을 하게 되고 햇볕도 양껏 받지 못하더라고요.

예전에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그때 거실에 놓인 탁자를 저의 책상으로 삼아 공부를 했었더랍니다. 체력은 20대 때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 것 같았는데 희한하게 기억력은 엄청났습니다. 시험 전날 이렇게 한 번 꼼꼼히 보고, 다음날 시험지를 받아 들면 문제의 내용이 어느 페이지 어디쯤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더라고요. 애석하게도 3년이 지난 지금은 이게 더 이상 통용되지가 않습니다. 이유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아마도 공부환경이 변해서 그렇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안 그래도 일본의 어떤 학부모가 자식 넷을 모두 명문대에 보낸 데는 아이들을 거실에서 공부시킨 게 도움되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게 있더라고요. 하 제가 그걸 몸소 체험해 보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비대면 시대에 좁은 방구석에서 햇빛도 못 보고 시들어 가는 게 마음에 걸리던 차였습니다. 지난 일요일 낑낑대며 혼자서 책상을 거실로 옮겨 놓았습니다. 물론 당일엔 뒷정리하느라 진이 빠져서 공부고 작업이고 아무것도 못했지만요 엣헴.

이제 거실로 책상을 옮겨 놓은지 사흘째인데 점점 제 작업공간에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교적 넓은 거실에서 하루를 보내니 아무래도 더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햇볕이 잘 들어 주변이 환한 건물론이고요. 비타민 D 합성 걱정은 조금 덜었습니다. 게다가 제 방이 비좁은지라 책상과 의자를 피해서 이부자리를 깔면 진짜 방이 꽉 찼었거든요. 지금은 잘 때도 공간이 여유 있어 수면환경도 쾌적해진 것 같습니다. 일석이조입니다.


의관을 정제하고

제가 오늘 점심으로 면을 먹었거든요, 그것도 1.5인분을 먹고 났더니 속이 더부룩한 게 소화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당장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더랬지요. 근데 부슬비가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분명 일기예보에는 비가 안 오는 걸로 바뀌어 있었거든요? 아놔 참. 500m 정도 자전거를 타 봤는데 하늘도 어두컴컴한 게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집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날씨가 갤까 외출복을 입은 채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30분쯤 지났을까요? 하늘이 밝아지고 있더라고요. 옳다구나 싶어 다시 외출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확실히 빗방울이 가늘어졌고 하늘은 차츰 개고 있었습니다. 신나게 터널을 지나가는데 저 멀리서 할아버지 한 분이 우산을 접고 터널로 들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고요. 아뿔싸,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거세게 쏟아지는 비를 맞고 깜짝 놀랐습니다. 터널 이편으로는 완전 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웬 비가 이렇게 내리고 하늘은 또 왜 이리 시커멀까요? 2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어떻게 날씨가 이렇게 변할 수가 있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도저히 날씨가 갤 것 같지 않아 다시 자전거를 타고 터널을 거슬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이곳은 웬걸, 아까 하늘 그대로 환한 햇빛이 보이는 그 하늘이 맞더라고요. 산 하나 사이로 이쪽과 저쪽이 이렇게 날씨가 다른 걸 보니까 참 신기하대요.

하기야 제가 사는 동네는 늘 저 쪽 편 도심보다 평균기온이 1도 정도는 낮습니다. 특히 겨울바람은 어찌나 거센지 외출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속으면 안 됩니다. 이 산만 통과하면 다시 바람이 잔잔해지거든요. 제가 여기에 몇 번을 당했는지 모릅니다. 아침나절 너무 바람도 거세고 기온이 낮아서 엄청 두꺼운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면 글쎄 이 동네를 벗어나자마자 온기가 느껴지지 게 저 혼자 땀을 뻘뻘 쏟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두 번이. 아, 이야기가 왜 여기로 샜죠? 아무튼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겁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잖습니까? 호시탐탐 밖에 자전거 타러 나갈 생각을 하고 계속 외출복을 입고 있었는데요, 아니 이게 좋더란 말입니다. 그동안 편한 늘어진 실내용 옷을 입고 책상 앞에 앉아 지냈거든요. 그런데 외출복을 입고 앉아 있으니 확실히 기분이 다릅디다. 카페라도 온 것처럼 몸도 약간 긴장이 되고 그래서 마음 가짐도 막 흐트러지지 않고 정돈이 되더라고요. 작업효율이 향상된 건 물론이고요.

그래 이거였습니다. 옛날 조상님네도 책 읽기 전 의관부터 정제하고 앉았다고 들었습니다. 올여름 사둔 한 번도 밖에 입고 나가지 못한 티셔츠가 옷장에서 아직 대기 중입니다. 여름 다 갔습니다. 고것들은 꺼내다가 색깔별로 바꿔 입어가며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줄넘기를 하자

줄넘기는 제가 올 들어 가장 꾸준히 해 온 단 한 가지라고 꼽을 만합니다. 시작은 봄이었는데 처음엔 새벽에 하다가 요즘에는 주욱 저녁에 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운동인 거죠. 저는 과식하는 습관이 있어서 저녁 먹고 소화가 잘 안된 채로 잠들면 다음날 이침 몸도 무겁고 식욕도 크지 않고 불쾌감이 들더라고요. 저녁에 줄넘기를 해 보니 그 증상을 감소시켜 주더라고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앞으로 눈이 오더라도 지하주차장 한편에서 콩콩콩콩 뛰고 있으면 위장에 있던 음식이 막 쭉쭉 내려가는 게 느껴집니다. 중간중간 치오르는 트름때문에 줄넘기를 잠시 멈추기도 하고요. 그러고 나면 희한하게 속이 편안해집니다. 9시에 누워도 몸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져 잠드는 게 한결 수월합니다. 처음에는 한 번에 오천 개씩 했는데 줄넘기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갈 것 같더라고요, 피로도도 상당했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천 개 혹은 이천 개씩 하는 중입니다. 참 재밌는 건 오늘은 천 개만 해야지 하잖아요? 그럼 400개째부터 벌써 발이 자꾸 줄에 걸립니다. 700개째는 완전 고비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오늘 목표는 이천 개다 하잖아요? 그럼 400개가 뭔가요, 800개 900개 막 술술 넘어갑니다. 줄에 발이 걸리지가 않아요. 근데 한 1300개쯤 되면 자꾸 줄에 발이 걸립니다. 1500개쯤 되면 속도도 느려집니다. 결국 이천 개를 하나, 천 개를 하나 걸리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마음이란 놈이 어찌나 간사한지. 결국 일체유심조라는 말, 줄넘기를 하며 또 한 번 절절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건강을 지키고 그리고 비대면 시대에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서 저는 말이죠, 일단 규칙적으로 자정 전에 잠들고 일찍 일어나 5시에는 새벽 산책을 즐기러 나갈 겁니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외출복 차림으로 몸가짐을 바르고 단정히 갖춘 뒤 거실에 놓인 책상 앞으로 가 작업을 시작할 겁니다. 저녁을 먹고 다시 작업을 좀 하다가 소화시킬 겸 줄넘기를 하러 나갈 겁니다. 책상이 사라져서 이제는 좀 넓어진 방에서 10시 이전에는 잠들 겁니다.

연말까지는 요대로 생활습관을 만들어서 죽 지내보고요, 그 사이사이 보탤 건 있나 없나 짱구를 또 열심히 굴려 봐야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슬기로운 비대면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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