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으려는 저의 시도가 계속되는 중입니다. 지난 3년간 소화 안 된 밥통 끌어안 듯 여행기를 붙잡고 있다 보니 웬만한 에피소드는 글로 써놓은 것 같습니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지막 에피소드가 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네요. 그래서 그때 사진을 찾아 다시 봤습니다.
음... 제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따뜻한 경험이어서 사진을 보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이 힘들 때, 아무것도 몰랐겠지만 그런 저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보살펴주던 사람들을 길 위에서 만나 얼마나 큰 위안을 얻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그런 친구들에게 새해 안부를 물어볼 여유도 없습니다. 참 꼬락서니가 이렇습니다.
책을 출판한다면 뭐 자비로라도 출판할 테니 출판을 하기야 하겠지요, 그게 언제이냐가 문제이지만서도. 아무튼 책을 출판한다면 그 책을 들고 인사하러 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한 오십 명에서 음 아니 한 칠팔십 명쯤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연락 못해서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했다고 말씀드려야겠지요. 그간 어떻게 지냈길래 감감무소식이었냐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지내왔습니다 구구절절 말하기보다 손에 쥔 책을 건네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마냥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낸 건 아니었습니다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인가 봅니다.
그리고 책을 선물해 주고 싶은 외국인 친구들은 한 백 명정도 됩니다. 비록 한글이라 읽지는 못하겠지만 그대들을 만나 이런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방황하던 나를 보잘것없던 나를 아무 이유 없이 바라는 것 없이 잘 대해 주어 정말 감사했습니다고 허리 숙여 꾸벅 인사하며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 함께 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비록 글로 다 옮기진 못했지만 여전히 그 순간들이 생생히 떠오를 만큼 그대들은 나에게 대단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걸 꼭 짚어주어야 합니다.
이러면 한 이백권은 처리할 수 있겠지요? 우리 가족만 해도 열댓 명은 되거든요. 조아쓰~
그럼 저는 동기를 부여받아 마지막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러 이만 가 보겠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체의 글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쓰려면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넋임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