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커선 Jan 28. 2021

눈이 비처럼 쏟아지네

분명 아침 산책 때까지만 해도 해가 쨍하게 떠올랐거든요. 오늘부터 강풍이다, 폭설이다 미디어에서 막 떠들어 쌌길래 두꺼운 패딩을 입고 산책을 나섰다가 더워서 그만 혼이 났습니다. 도로 위에 그득 뿌려진 염화칼슘 가루를 보고 간밤에 서리가 내렸나 어쨌나 이건 얼음인가 어쩐가 했드랬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렇게 온화하고 따뜻한 날에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한다는데 좀체 믿기지 않았습니다.  진짜 눈이 온다고요? 


아침을 먹고 외출 채비를 채리고 집을 나서는데 아니, 창 밖으로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안 그래도 밥 먹는데 갑작스레 날씨가 흐려진다 생각은 했드랬습니다. 그렇다고 이리도 후딱 날씨가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얼른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 우산, 것두 챙이 가장 넓은 우산을 꺼내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눈이 비처럼 막 쏟아집니다. 하마 봄인가 했던, 아직 빠알간 열매를 매달고 서 있던 산수유나무가 모르긴 몰라도 깜짝 놀라서 속으로 펄쩍 뛰었을 겝니다. 그럼 그렇지, 한반도 겨울이 어떤 겨울인데 동장군이 맥아리 없이 물러서면 섭하지요, 체면이 말이 아니지요. 

지난번 서울에 폭설이 내렸을 땐 저는 고향에 내려가 있었거든요. 경북 북부 산간지방인 고향엔 눈이 안 왔드랬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날, 고향엔 지금처럼 함박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산이고 들이고 온통 하이얀 눈으로 이불마냥 폭 덮인 게 너무 예뻐서 이 광경을 두고 서울로 가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기까지 했습니다. 서울에는 여기보다 더한 눈이 온다길래 설레는 마음으로 상경했더니 아 글쎄, 눈은 커녕 웬걸 햇볕이 막 쨍쨍 내리쬐는 게 아니겠습니까. 옷깃을 단디 여민 채로 캐리어를 끌고 댕겼더니 난데없이 땀만 뻘뻘 흘려댔지요. 올 겨울 눈 다운 눈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첨으로 맞이했습니다. 설레지 아니할 수가 없네요 헤헤. 


한 시간 동안 내린 눈이 제법 쌓였습니다. 요건 눈을 뭉치기에도 적절한 점도를 가진 것 같습니다. 

모쪼록 사고 없이 모두들 안전보행, 주행하시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책을 선물하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