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편 내 편

by 김커선

스포츠 경기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쥔다. 이걸 언제부터 봤다고 '이 팀이 이기면 좋겠는데.' 점수차가 벌어질수록 속이 바싹바싹 타 들어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경연 프로그램에 시선이 멈췄다.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데 괜히 내가 긴장하고 있다. 심지어 이건 재방송이다. '설마 설마, 뭐야! 다들 귀가 없냐? 아휴 저건 좀.' 1등 했다고 내가 상금을 나눠 받을 것도 아닌데 왜 내 속이 상하는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격렬한 전투신이 펼쳐지면 내 심장도 같이 벌렁거린다. '여기서 죽으면 안 되지, 이겨야지.' 주로 주인공보다 맞서는 인물에 동점심을 느끼는 편이다. 악당의 뻔한 결말이야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서 대개 기분이 언짢아진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근데 나 왜 감정 이입하고 있는 거냐?'

맞다, 저게 뭐라고 내가 왜 이리 흥분하고 있지? 가뜩이나 교감신경 흥분 캐릭터인데, 왜 아까운 에너지를 자발적으로 불태워가며 잔뜩 긴장하고 요동치고 있느냐 이 말이다.

이 편이 이기든 저 편이 이기든, 누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사실 나의 실생활과는 하등 아무런 일말의 관계도 없다. 그런데도 번번이 누군가를 편들고 응원하며 일희일비 자빠져 있다.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에 사사건건 마음을 졸여대는 스스로를 자각하니 허탈 웃음이 난다.


누군가를 편들다 보면 다분히 의도적으로 대립하는 상대를 깎아내리고 내 편(이라고 착각하는)을 감싸고 돌게 된다. 가재는 게 편, 팔은 안으로 굽는 건 진리이다.

회사를 다닐 때 팀장과 대리 하나가 맞붙었다. 대리는 노조까지 끌어들이며 판을 벌여 팀장에 대항했다. 같은 팀원으로서 나는 사실만 진술했다 생각했는데, 결국 입장이 생겨 났고 자연스레 다툼에 휘말리고 말았다.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하자 경중이 있을지언정 그 누구도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제가 없으면 문제가 아닌 일들이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되어버리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립 상태에서 나는 상대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 안다고 믿는 때조차 왜곡되거나 피상적일 때가 많다. 그 상태에서 한쪽 편을 드는 건 우겨대는 꼴과 다름 아니다.


둘이 싸울 땐 그저 평온한 마음으로 지켜보련다. 그들의 전력과 장단점을 두루두루 비교도 해 보고 분석도 해 보고 가만히 관찰하고 있으면 그게 나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왜 굳이 편을 들려고 하는 거지? 왜 굳이 감정을 소모하려고 하는 거냔 말이다.

앞으로 다툼이든 험담이든 경쟁이든, 자발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휘말려 들지 않겠다.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르는 척 때론 스위스처럼 굳건히 중립을 유지하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굳이 누군가를 편들고 싶거들랑 스윽 보다가 승부가 나면 말이야, 그때는 거 있잖아, 그냥 이기는 편 내 편 하련다.



작가의 이전글긍정적으로 생각해도 괜찮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