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연습

by 김커선

"아이고 내 새끼야, 내 새끼… 안 된다 이 녀석들아. 내 새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내 새끼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볼까나?"

퇴고를 앞둔 나의 심정이었다. 애써 써 놓은 문장을 다시 쳐내라니, 그 그 문장이 아까워서, 그만 자판에 얹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뱃살쯤 없어져도 좋으련만, 허리둘레 햄 같은 문장이라도 엄연한 내 살인데 이걸 어쩌자고 덜어내란 말이냐. 비통해서 눈물이 난다.

그래 내 문장이 좀 장황하기는 하지만 아니 많이 장황하기는 하지만 어?! 그게 어?! 나의 유머 코드란 말이다. 이것들아. 이럴 순 없다! 나의 유머가 나의 개성이 사라진다고!


그런데 하나 둘 쳐내기 시작하다 보니 "어랏? 이렇게 깔끔해진다고?" 놀라움의 연속이다.

잘 생긴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던 친구 하나가 생각난다. 저 수염만 없으면 좋겠는데, 저 것만 없으면 참 좋겠는데. 보다 못한 내가 물었다. "혹시 면도기 하나 사줄까?" 알아야 될 게 나는 엄청 짠돌이다. 고개를 가로젓는 친구의 고집을 안타까워하던 그때의 내 심정이, 덕지덕지 뒤룩뒤룩한 문장을 애써 부여잡고 버티는 나를 본 이들의 지금 심정이었으리라. "제발 좀 잘라줘, 제발 좀 쳐내 줘."


이제 문장을 쳐내는 재미가 붙었다. 글을 쓸 때는 고혈을 짜내는 것 마냥 항상은 아니고 때때로 힘이 들더니만, 쳐내는 거야 그에 비하면 완장 차고 이러니 저러니 지시하는 마냥 수월하다. 그러고 나면 한결 단정하고 깔끔해진 말간 얼굴을 한 새 글이 탄생한다. "아니 네가 진짜 내 새끼였다고?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구나."


죽죽 쳐내자. 훨훨 덜어내자. 서론이 길다는 게 표현이 장황하다는 게 내 글의 단점이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말라. 바로 본론으로 치고 들어가는 시원한 글이, 여름 다 지나간 이 선선한 계절에 어울리든 말든 주룩주룩 쏟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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