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김글리 작가(@tjkmix)가 모집한 '수북클럽 2기'에 참여했다. 100일간 글쓰기를 하며 자신의 책을 모색해보는 글쓰기 북클럽이었다. 모임이 끝났지만 책 구상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더더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엔딩이 아쉬운 세 사람-봄밤님, 헤시아님 그리고 나-이 의기를 투합해 '수북클럽 2기 체인점'을 결성했다. 또 다른 100일간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오늘 10월 25일 두 번째 100일 글쓰기가 끝이 났다. 그러고 보니 반년을 글쓰기 클럽에 몸담은 셈이었다. 혼자라면 중간에 아니 초장에 흐지부지 되었을 매일 글쓰기 결심이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글을 매번 써서 올린 건 아니었고 필사도 하고, 시도 쓰고, 일기 같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기도 했지만 한시도 글쓰기를 마음에서 내려놓지 않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Go였다.
매일 글을 쓸 때마다 비록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의 끄적임일지라도 곁에 두 명이나 되는 독자가 있어서 공적인 글쓰기가 가능했다. 매일 치고 올라오는 감정도 글로 풀어낼 수 있어서 해소가 되었다. 일이 잘 못될수록 좋은 글감이 된다는 말이 딱 맞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도 내가 하는 사소한 생각도 글이 될 수 있었다. 곁에 늘 글이 있어서 살만한 하루였다.
한편으론 매일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이면 오늘은 무얼 써야 하나 조급함이 들었다. 글을 올릴 때까진 얹힌 것 마냥 찜찜하고 답답한 가슴을 안았다. 한 줄만 올려도 누가 뭐라 하겠냐마는 글다운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알게 모르게 짓눌렸다.
자기전까지 글을 마무리하려 애쓰다 보니 수면 시간이 자꾸만 뒤로 늦춰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10시경이면 잠들던 취침 시간이 자정 무렵으로 지연된 건 글쓰기 때문이었구나.
일상을 이리저리 지내다 보니 더불어 글쓰기 100일이 되어 버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소회를 쓰려고 돌아보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실감이 안 나는 건 글쓰기를 당장 관둘 게 아니라서, 어차피 글은 지금도 앞으로도 늘 곁에 있을걸 알기 때문이다. 실감이 나는 건 이제 매일 잠들기 전의 과제가 사라졌다는 것, 아휴 이제야 두 다리 뻗고 원래의 수면 패턴을 찾아 잠을 잘 수 있겠다.
그간 함께 길을 걸어온 소중한 글 벗님들 봄밤님, 헤시아님 감사합니다. 함께라서 헤매지 않았고 함께여서 든든했습니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준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았기에 글쓰기 본분을 지켜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100일을 마무리하며 내일부터 약 두 달간은 자유글쓰기 모드로 전환해야겠다. 내가 영 한 게 없는 줄로만 알았는데 사부작사부작 이렇게나마 완주한 일이 있으니 오늘만큼은 보람을 느껴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