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뭘 시작하더라도 전투태세로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 온 신경을 거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걸 돌아보지 않는다. 이럴 때 방해받으면 버럭 화가 날 정도다. 자연스레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고 신경이든 근육이든 긴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가 일을 잘 해내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잘하고 싶은 욕심과 일의 성과는 토탈리 별개의 문제라는 걸 내가 지금까지 입증해냈다.
이게 좋게 보자면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건데 물론 장점일 때도 많다. 한 번은 대학생 시절 경복궁역 앞에 있는 헬스클럽 전단지를 돌린 적이 있었다. 한파가 닥친 혹한기였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예상치 못한 응원을 꽤 받았었다. 지나치던 사람들이 되돌아와 자발적으로 내 손의 전단지를 가져간다거나, 외국인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힘내라며 음료수를 건네고, 지하철 역내 매점 아저씨가 수고한다며 따뜻한 음료수를 쥐어주기도 했다. 헬스클럽 관장님은 나의 태도에 감동한 나머지 “자네 헬스 트레이너 해 볼 생각 없나? 내가 키워줄게!”하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일의 경중이나 때를 가리지 않고 전투적으로 달려드는 자세 때문에 나는 무엇이든 시작에 앞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잘 해내야 할 것 같고 완벽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일상적으로 시달린다. 시작 전에는 무슨 일이든 너무나 크게 느껴져서 한참 짱구를 굴리며 요리 재고 조리 재고 궁리한 뒤에라야 비로소 착수할 수 있다. 엉덩이는 무겁고 몸놀림은 늘 굼뜨다. 지구력도 부족하다.
시작이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망설이는 사이 놓쳐버린 너무나 많은 일들이 지금도 내 눈앞을 하나 둘 어른거린다.
나에게 후회란 시도한 일 때문이 아니라, 늘 시도하지 않은 일 때문에 생긴다.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크고 작음이 있는 법이다. 어떤 일은 가볍게 해도 괜찮다. 설사 대단한 일일지라도 내 태도까지 무거울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너무 그렇게 온 마음과 신경을 집중하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일단은 펼치자.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실수도 시행착오도 일의 한 부분일 뿐이다. 원래 일에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이 있는 법이지 않나.
죽을 쑤던 밥을 쑤던 그건 나중일이고 일단 떠오르는 게 있으면 움직이자. 일은 마치 생명체처럼 저마다의 힘을 내장하고 있어서 일정부분 알아서 굴러가게 되어 있다. 나 아니면 클일날 것처럼 A부터 Z까지 혼자 다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이제는 그만 좀 종종거리고 제발 좀 잘하려 애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