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엔 청계천 자전거 여행

by 김커선

나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막 쫄쫄이 바지를 입고 허벅지가 터져라 오르막을 오르는 그런 자전거 타기는 아니고, 편안한 옷차림에 인도로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그런 마실용 잔차 타기를 한다. 속도를 즐기는 게 아니라 풍광을 구경하는 게 좋은 거다.

동생이 오늘 아침 일찍부터 "난 자전거 타러 간다!"며 현관문을 쿵하고 닫고 나갔다.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나도 벌떡 일어났다.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나도 얼른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 싶었다.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뺨을 스치는 공기에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졌고 덕분에 하루를 일찍 시작한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터널을 지나 경복궁을 따라 난 도로로 길을 잡았다. 하늘에라도 닿을 듯 키 큰 나무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니 더없이 싱그러운 여름이구나 싶었다. 일요일 아침 세종문화회관 뒤편 오피스빌딩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고 덕분에 도로가 내 것인양 길 한 복판을 마음껏 달렸다.


역시 일요일 아침엔 청계천이다. 청계천 주변 도로는 주말이면 곳곳이 보행자 전용 도로로 탈바꿈한다. 아직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른 시간 청계천은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제 막 가게 문을 열려는 상인들과 일요일에는 누가 뭐래도 문을 굳게 닫아 건 상점들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낡은 리어카가 자유로이 물구나무를 서 있고 운송용 오토바이와 녹슨 체인을 감은 자전거는 일손을 놓은 채 한산한 휴일을 즐긴다. 막 잠에서 깬 노숙자 분들이 아침햇볕에 일광욕하는 모습도 살짝 엿볼수 있다. 동생은 청계천의 아침 풍광을 가리켜 "동남아에 온 것 같다"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정말로 그랬다. 청계천 자전거 도로를 달리노라니 약간의 비릿하고 축축한 공기가 영락없이 태국 치앙마이의 아침 공기를 떠올리게 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아침도 느껴졌다.


해는 빠르게 떠올라 오늘 하루 맹렬한 더위를 벌써부터 예고했다. 이마에선 땀이 줄줄 흘렀다. 나는 한산한 종로 거리를 즐길 겸 인사동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직 가게 문을 연 곳이 많지 않아서 나는 멋대로 자전거 핸들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꺾어가며 인사동 거리를 누볐다. 경복궁 돌담길로 접어드니 그사이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었음이 피부로 와닿았다.


한가한 일요일 아침에 두 시간의 짧은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사람의 자취가 뜸한 광화문 일대는 마치 나 혼자 전세라도 놓은 기분을 들게 했다. 일주일을 쉼 없이 달렸을 건물, 도로, 나무가 아직 늦잠에 빠져 있고 나는 그들 사이를 조용히 그러나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개구진 기분을 느낀다. 가끔은 문득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그러다 말고 졸졸 흐르는 냇물에 정신을 팔고 초록빛을 뿜은 나무 사이로 반짝거리는 햇빛에 감탄을 한다. 그저 나를 스쳐가는 모든 풍광에 마음을 빼앗긴다. 이럴 땐 어떤 말도 필요없다. 외로움? 그게 뭔가? 쌈 싸 먹는 건가? 일요일 아침엔 고요한 거리를 만끽할 겸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겸 그리고 내 안도 들여다볼 겸 겸사겸사 청계천으로 나가 짧은 자전거 여행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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