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을까?
좀처럼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본격적으로 기억하기 시작한 시점은 7살 유치원, 그것도 졸업사진을 찍던 즈음이다. 거의 생애 최초 6년이란 시간이 나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셈이다.
기억에 없던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내 백일 사진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또랑또랑한 아기의 눈빛을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어찌나 낯선지 같은 사람이라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낯선가 하면 그건 또 아니어서 어딘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든다. 낯선 듯 익숙한 듯 사진을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다.
어릴 적 나를 기억하고 싶은 건 나의 본성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나의 본성을 되찾고 싶다. 편견에 사로잡히고, 교육으로 길러지고, 믿음이나 신념 결심 혹은 타인의 시선 따위로 만들어지고 가두어지고 제약된 자아가 아니라 정말이지 순수한 그야말로 타고난 나의 본성 그 자체를 말이다.
나는 나이고 싶다. 그 누구도 아닌 나이고 싶다. 닳고 닳은 껍데기도 가면도 연기도 아닌 나로서의 나이고 싶다. 나의 본성을 되찾는 길, 깊은 곳에 한껏 웅크리고 숨겨졌을 본성을 이제는 되살리고 싶다.
본성대로 살면 더 성공하고 더 행복하고 더 자유로울까? 나는 모른다. 그렇지 않다고 한들 상관없다. 내가 나이기만 한다면 나일 수 있다면 어떤 것도 감내할 수 있다. 중심 없이 흔들리며 사느니 하루라도 굳건한 뿌리를 가진 나인 걸 택하겠다. 그런 연후엔 어떤 일이 펼쳐져도 기꺼이 복에 겨운 마음으로 경험하겠다.
나는 그저 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