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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선 Dec 05. 2022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다. 아니 나 자신뿐이다. 


마음먹은 일을 아예 해내지 못하거나 혹은 잘 준비하지 못했을 때, 영양가 없는 말인 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주절댈 때, 누군가를 끊임없이 판단하며 벽을 칠 때,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이래라저래라 감정 섞인 잔소리를 할 때, 불규칙한 생활패턴으로 생활할 때, 늦게 일어나 새벽 산책을 못 나갈 때, 그날 외워야 될 내용을 거들떠보지도 못했을 때, 글쓰기를 마무리 짓는다면서 5년이 다 돼가는 이 시점에도 헤맬 때, 노화를 절감할 때, 이젠 영어고 러시아어고 우즈베크어고 중국어고 제대로 된 문장 하나 구사하지 못할 때, 치험례 쓰기를 미루다 아직 한편도 못썼을 때,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지 못할 때, 사람들에게 툴툴댈 때, 과도하게 남의 사정을 헤아리다 손해 볼 때, 짜증 낼 때, 여유 있게 출근하지 못할 때,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하루가 저물 때...


머릿속은 늘 해야 할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해야 한다, 해야 한다, 해야 한다. 

에너지가 방전된 건지 어쩐건지 하나에 제대로 몰두하지 못한다. 딴짓을 하며 변죽 울리기에 바쁘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괴롭고, 그런 게으른 자신을 보는 건 더 괴롭다. 


결정적으로 궁리는 많은데 실행이 적다. 혹은 시작했더라도 쉬이 끝내지 못한다. 시간을 두고 숙고해야 할 것 같고, 다듬어야 할 것 같고, 완벽해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뜸을 들인다. 뜸 들이는 시간이 길어지면 방치되기 십상이다. 언젠가 완료되길 바라는 그것들은 구름처럼 내 머리 한편을 차지한 채 자꾸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행동이 무거워진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미처 들기 전에 그냥 해치워 버리자. 생각이 드는 동시에 퍼뜩 일어나자. 글자 한자라도 좋으니 읽고 쓰고 외우자. 그게 내 에너지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참 단순한 걸 가지고 나도 참 어렵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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