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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선 Dec 20. 2022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잠 못 이루는 사람들

                      로렌스 티르노


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예를 들어 잠자다가 죽을까 봐 잠들지 못하는 노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와

따로 연애하는 남편

성적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자식과

생활비가 걱정되는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운이 없는 여자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만일 그들 모두가 하나의 물결처럼

자신들의 집을 나온다면,

달빛이 그들의 발길을 비추고

그래서 그들이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그렇게 되면

인류는 더 살기 힘들어질까.

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까.

사람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더 외로워질까.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만일 그들 모두가 공원으로 와서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태양이 다른 날보다 더 찬란해 보일까.

또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그들이 서로를 껴안을까.




비록 나는 잠 못 이룬 밤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이야기를 털어놓으라고 강요받는다면, 털어놓을 수밖에 없다면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내어 놓을까?


영화 ‘비포 선셋’에서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묻는다.

“만약 내일이 지구의 종말이라면, 과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정치니 환경이니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극적으로 재회한 남녀 주인공은 그렇게 차츰 서로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나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저떻게 보일까를 집어치우고 정말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그래서 잠 못 이뤄 공원으로 나온 사람들 가운데 한 명으로 남을 수 있을까?


글을 쓰면서부터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믿어 왔는데 지금 보니 누구보다 꽁꽁 싸매고 어렵고 난해하고 벽을 치고 웅크리고 한계에 둘러싸였다는 걸 알겠다. 누구도 나의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더 이상 나의 영향 아래 놓이길 원치 않는다. 영영 없어지거나 완전 자유로워지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혹은 둘 다이거나.

그때 내가 꺼내 놓을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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