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후 내내 그리고 자정까지 이어진 강의를 듣느라 진이 빠졌었다. 마침 오늘은 쉬는 날이라 다행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컨디션이 심상치 않다. 얼굴 피부가 푸석하고 눈 밑 다크서클도 눈에 띈다. 그래서 그런지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좀처럼 집중이 안 되고 진도도 나가지 않는다. 아... 망했다.
집에 있다가는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아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들어서는데 머리가 묵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 그대로 기(氣)가 허약해졌다는 걸 직감했다. 자칫하다간 며칠 앓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얼른 '보중익기탕' 과립제 하나를 입안에 털어 넣었다. 아침에 진작 한약 좀 챙겨 먹을 걸, 왜 생각을 못 했나 싶었다.
실내 마스크 쓰기가 해제된 영향인지 도서관 좌석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공기질이 좋지 않았다. 앉아 있으니 자꾸만 졸음이 왔다.
오늘은 매일 같이 나가던 저녁 운동을 나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몸이 축축 처지고 무거운데 어떻게 뛰고 구르고 발차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안돼 안돼 오늘은 쉬어야 하는 날이다.
저녁 7시 18분, 화장실에 간다고 일어서자 느낌이 왔다. '운동하러 가야 한다' 마치 누가 조종이라도 하듯 나는 노트북을 챙기고 빌려 둔 책을 바리바리 싸 짊어진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체 이 컨디션으로 어떻게 운동할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울며 겨자 먹는 것처럼 자전거를 몰아 바람이 거세게 부는 광화문을 가로질러 도장으로 향했다.
날마다 도장에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운동하기에 앞서 물구나무서기를 꼭 한다. 물구나무를 서 보면 지금 몸의 균형감각은 어떤지 근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컨디션 상태를 물구나무서기를 통해 정확히 파악하는 셈이다. 어떤 날은 팔이 휘청거려 물구나무를 아예 못 설 때가 있다. 그럴 땐 무리해서 운동하지 않도록 자중한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오늘은 도복으로 갈아입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물구나무서기를 잘도 하고 있었다. 벌써 숫자 100을 넘어 200까지 버티는 중이었다. '어라?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컨디션이 안 좋으니 어쩌니 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연이어 나는 또 뛰고 구르고 발차기를 해 댔다. 운동이 끝나자 몸이 가볍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덩달아 기분도 즐거워졌다.
집에 돌아와 오늘 경험한 이야기를 했더니 동생이 그런다.
"그게 바로 루틴의 힘이야. 사실 감정과 실제는 다를 수 있거든. 몸이 안 좋다 싶을 때 감정에 끄달리지 않고 습관대로 해 버리잖아? 컨디션이 꺼지다가도 곧바로 정상화 되더라고.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
이렇게 정리를 잘해 주는 현명한 동생을 둬서 참 고마운 일이다.
올 해는 좋은 습관을 꾸준히 체화시키는 해로 만들어야겠다. 평생 나와 함께 할 좋은 습관을 하나 둘 공고히 만들어 가야겠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건 물론이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고 일어나자마자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려고 한다. 새벽에 글 쓰는 습관이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계속해서 날마다 이어지다 보면 2023년이 끝나기 전에 몇 권의 책이 결과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좋은 습관들이야말로 생각을 현실로 만들 실행가이자, 컨디션을 안정되게 만들어 줄 트레이너이며, 어떤 일도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 늘 내 곁에서 나의 삶을 든든히 받쳐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