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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선 Jan 31. 2023

스스로 빛나길

여섯 살 무렵 깨우쳤다. 인생은 혼자다.

가급적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롭게 지내왔다.

익숙하고 당연하고 즐거웠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누군가가 나를 위해 앞 길을 대신 밝혀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였을 거다.

의지가 박약해지고 마음이 물렁거렸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다.

좀처럼 결심이 서지 않았다.


일 년여쯤 지났다.

나는 나 자신과 멀어져 있었다.

안의 목소리를 흘리고 빈둥거리고 뒹굴거리고 하지도 않을 일을 바라기만 했다.

꿈에 젖어 있었다.


사랑하는 울 할매 말씀을 잊어 뿌랬다.

"선아 바래지 마래이. 부데 한테 바래지 말그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고마 사람이 쪼잔해져 못 쓴다."

그랬다.

꿈속을 헤매는 동안 자유를 잃어버렸다.


누구도 나 대신 걸어줄 수 없다.

잠시 곁에서 말동무가 되거나 잠깐 무거운 짐을 나눠질 순 있어도

나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내 두 발로 가야 한다.

때론 멈춰 설 수도 숨을 몰아 쉴 수도 경치를 구경할 수도 있지만

결국 내 두 발로

끝까지 걸어야 한다.


내 앞길은 스스로 밝혀야 한다.

스스로 빛을 내며 걸어야 한다.

올곧이 나의 삶을 살려면

적어도 내 발 끝을 살필 만큼은 빛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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