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여행할 때

by 김커선

유라시아 대륙 6만 킬로미터를 헤매는 동안 세워 온 힘은 '혼자 걷는 능력'이다.

믿는 바를 굳건하게 관철시키고, 스스로의 판단에 의지하며, 어떤 일이 닥쳐도 꿋꿋이 헤쳐가려 애썼다.

어느덧 혼자가 제일 편하고 혼자가 가장 즐거웠다.

길바닥은 어떤 시행착오를 겪어도 되는 나 혼자 아는 나만의 세상이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굳이 기대하지 않아도 되는

그러니까 진정한 자유란 홀로 있을 때 가능한 거였다.


그러는 사이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잊어버렸다.

신념과 고집은 한 끗 차이였다.


이제부턴 다른 차원의 여행이 펼쳐질 걸 직감한다.

아니 이미 시작된 것 같다.

날아갈 기회가 번번이 부서진, 걸핏하면 심리적 도피처로 전락했던

아메리카대륙 대탐험이란 어쩌면 미완의 꿈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사람 속에서 어울림을 경험하고 살아내고 살아가는 힘이 필요한 때.

혼자 걷는 것과 전혀 다른 언어, 다른 리듬, 다른 차원의 탐험이

관계라는 여행일 거다.

낯설다. 잘 모르겠다.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융통성 있게 조절하고, 때때로 돌아보며 수시로 살펴야겠지.

벌써부터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는지 훤하다 훤해.


진짜 자유는

혼자서 내키는 대로 깎아내고 서툴게 잘라버린 삐죽삐죽함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구르고 부딪치며 맨질맨질 닳아지고 말랑해진 속에서 완성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견디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속에서 말이다.

진짜 자유는

나 혼자 고고히 존재하는 게 아

누구와 함께 있어도 변하지 않는 나로 존재할 수 있을 때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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