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화산의 짐꾼들

by 김커선


한때 내가 열심히 챙겨봤던 영상이 바로 다양한 직업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ebs의 <극한직업>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는 단연 '화산 짐꾼'편이었다.


대학시절 중국에서 태산을 오를 때였다. 숨이 턱에 차 돌계단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 때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허름한 복장으로 계란이며 야채며 각종 식료품을 산처럼 쌓아 짊어진 짐꾼을 처음 목격하고선 문화충격을 받았다. 혼자도 이렇게 힘든데!

또 한 번은 한겨울 황산을 등반하는데, 사람을 가마에 태워 나르는 짐꾼들을 보고선 혀를 내둘렀다. 눈으로 뒤덮인 좁은 산길을 아이젠을 신고서 혼자 조심조심 지나는 것도 후달리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사람까지 태우고 천길 낭떠러지 길을 지나다니 내 눈앞이 다 아찔했다.


화산의 짐꾼들은 맨몸으로 오르기도 벅찬 길을 50여킬로그램의 등짐을 지고서 하루에도 많으면 수차례 산 꼭대기를 오르내린다. 불시에 팔을 잃고서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해 화산의 짐꾼이 되었지만 이렇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어 힘들지만 감사하다는 한 짐꾼의 덤덤한 표현 앞에 나는 말을 잃었다.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조금만 불편해도 찡그리고, 뜻대로 안 된다 싶으면 집어치워 버리고 마는 나의 나약하고 못된 버릇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머리를 때렸다.


하나같이 평화롭고 온화한 부처님 같은 얼굴을 한 그들, 피땀 흘려 버는 정직한 돈의 가치를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이 나의 일상생활 속에서 문득 떠오를 때면 마음이 낮아지고 낮아진다. 그렇다고 막 지속되는 건 아니고 나의 기억력과 그릇의 한계로 아주 찰나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래도 때때로 계속해서 하염없이 떠올리다 보면 나도 그들의 삶의 태도와 맑은 인상을 조금이나마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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