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에 한방 먹이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유쾌한 캐릭터로 여성에 대한 차별에 응수한 선영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복수 안해도 되는 사회 올까
김래원, 공효진 주연의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연애 영역에서 남성과 여성의 시각 차이가 차별이 되는 과정을 유쾌한 톤으로 풀어낸 영화다. '쿨'하고 직설적인 30대 여성 '오선영'은 바람을 피워 헤어진 전남친과, 새로운 직장에서 만난 자신의 상사 '이재훈'에게 많은 남자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걸레' 취급을 당한다. 그리고 이전 직장에서 자신의 상사가 올린 부당한 글이 옮긴 직장의 동료들에게 알려지면서 권고사직을 받게 된다. 배우자가 있는 상사를 유혹해 승진을 하려고 했다는 글이었다. 선영은 사실과 다른 모함을 받으면서도 조용히 회사를 나온다.
선영의 퇴사는, 경험 많은 여성을 '걸레'로 보거나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남녀 관계에서 여성을 가해자로 보는 시선을 단지 남성과 여성의 시각 차이로 볼 수 없는 결정적인 단서다. 여성을 관계의 가해자로 보는 남성 위주의 시각이 자신의 귀에 들어가게 됐을 때, 직장의 모든 동료가 자신을 뒤에서 험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직원은 많지 않다. 반면 권위를 남용해 여성 후배를 성희롱한 상사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관계 맺은 여성과 남성의 기억과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는 관계의 영역이 일터에서 한 쪽을 부당하게 피해자로 만드는 일은 흔해 보인다.
영화는 이 상황을 오선영 개인의 서늘하고 직설적인 캐릭터로 통쾌하게 맞선다. 자신에게 굴욕감을 주는 전 남자친구에게 "내가 남자 많이 만나 봐서 아는데, 네 것 xx 작아" 하고 응수하거나, 자신의 퇴사하게 만든 직장 동료들의 회식 자리에 찾아가 "나도 똑같이 갚아주는 게 혼자서 정신승리하는 것보단 낫더라고요" 하며 동료에게 망신을 주는 대목에선 일종의 쾌감이 느껴졌다. 피해 입은 개인이 위력이나 영향력의 차이 때문에 잠자코 있어야 하거나, "가만히 있으라"며 어깨를 찍어누르는 사회 분위기를 극복한 외침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을 수시로 이성 관계로 엮거나,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적인 농담을 일삼는 등 웃기지 않은 상황을 웃고 넘어가는 설정이 마냥 불편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최소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조롱하는 데 그치지는 않고 있어서다.
현실에서 선영처럼 자신이 받은 오해를 당당하게 바로잡거나, 자신이 받은 굴욕을 똑같이 되갚아 주는 캐릭터는 보기 드물다. 상당수의 여성은 선영이 첫 회사에서 그랬듯 조용히 회사를 먼저 나오거나, 자리를 피해 자신만의 동굴을 만든다. 피해자는 '세상이 그러려니'하며 자신의 상처를 방치하거나 잊기 위해 노력하지만, 상처는 곪고 곪아 드러나지 않는 무의식으로 침투한다. 무분별한 인터넷 댓글에 노출된 여성 연예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영과 같은 '센캐'만이 감당할 수 있기보다, '개복치' 멘탈이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일터와 사회가 와야 이 영화를 가볍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로맨스에 대한 영화의 현실적인 접근에 굉장히 공감이 갔다. 30대의 사랑은 20대의 사랑처럼 무모하거나 푹 빠져드는 일도 드물고, 상처가 두려워 섣불리 마음을 열지 않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우연히 상대에 대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그 비좁은 틈새로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연애세포가 왁자지껄 통행하면서 문틈을 벌린다. 그 결론이 연애든, 이별이든, 파혼이든 결국 우리는 상실과 치유의 끝없는 반복 속에 놓인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니 더더욱 최소한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주는 시각 차이가 다른 한 쪽의 차별로 변질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