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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물적 삶을 사는 인간에게 고함

소설 <채식주의자>

by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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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아버지에게 당해 온 폭력 을 군 말 없이 당해내고,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걸어 말 그대로 '개죽음' 당하게 한 아버지의 기억이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 여자에 대한 얘기다. 폭력의 시작은 아버지였으나 죽은 개의 살코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은 건 그 자신이었으므로, 여자는 폭력의 근원인 '동물성'으로부터 해방되고자 고기를 끊고, 채식으로 연명되지 않는 동물로서의 삶을 포기한다.


그녀의 극단성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적당히 미안해하며 적당한 채식주의자가 되면 되지, 스스로가 식물이 될 필요까진 없지 않았나. 스스로 식물이 되기 위해 남편과 언니, 언니의 남편 삶을 적극적으로 뭉게는 행위 역시 폭력이 아니었던가. 이는 한국사회에서 폭력을 당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스스로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한 이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내 행동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생각을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식물이 되려는 언니의 캐릭터가 하는 얘기가 내 입장에선 좀 더 공감이 돼서였다. 영혜의 남편은 지나치게 이성적인 사람 같았고, 언니의 남편은 예술에 대한 조예가 얕은 내가 감정이입하긴 어려웠다. 모든 가족이 영혜를 버렸을 때 혼자 그녀를 돌본 그녀의 언니는 동생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지우고 싶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한다. 최소한 그녀의 동생은 살아오는 과정에서 버려야만 했던 생동감, 살아 있다는 느낌을 일깨워줬다. 그 점에서 영혜의 태도는 폭력이라기보다, 폭력적인 아버지 같이 일상 속에 스며든 개인의 상처를 되작이는 행위에 가까워 보였다.


이 책 제목의 의미는 식물을 먹자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엄밀하게는 식물이'되자'는 데 있다. 불가피하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야 하는 동물적인 인간이 아니라, 불가피한 상처가 불가피하게 이어지는 일상의 틈에서 불가피하게 상처받은 타인을 돌아보는 인간이 되자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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