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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음색을 찾기 위한 작은 노력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이유, 그리고 브런치

by 안녕하세요


아주 오래전부터 내 목소리를 갖고 싶었고,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비루한 메시지에 형편없는 음색라는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그조차 내 자양분으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용기는 항상 부족했지만.


고등학교 때였다. 밴드부에서 보컬을 모집했다. 무턱대고 가입하고 싶었다. 한 편에는 나를 말리는 내 목소리가 있었다. 지금 저렇게 공부 외의 영역에 빠져들면 돌이킬 수 없을 거야.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심지어 부모님도 그런 쪽에 관대한데도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


20살. 학보사에 가입했다. 선배들이 주장하는 사회 변혁 이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4년을 보냈다. 또래보다 늦게 먹고살 길을 고민했다. 그조차도 방향은 모래 위의 누각처럼 실체가 불분명했다. 뭘 해야 내가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지 생각했다. 성공에 대한 이미지는 내게 누군가에게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될 만한 위치와 관련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기자를 꿈꾸게 됐다.


하지만 기자 직업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거나 했던 건 아니었다.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노력을 기꺼이 받아들일 마음도 부족했고, 과열된 경쟁에 맞닥뜨릴 대단한 각오도 돼 있지 않았다. 작은 언론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큰 언론사 시험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취업 시기는 더 늦어졌다. 하지만 서른을 넘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 3년이 지났다.


30대 중반에 다가가고 있는 지금, 나의 직업 선택 과정을 냉정하게 톺아봤다. 먹고사는 문제를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무모했다. 게다가 스펙과 열정, 절실함으로 똘똘 뭉친 경쟁자에 비해 직업을 추구해야 하는 알맹이가 없었다.


다행인 점도 있다. 먹고사는 공간에서의 자아실현은 교집합은 있을지언정 일치되지 않는다. 대체로 그렇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회사에서 내는 아웃풋으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온전히 나를 내세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꾸며 꾸준히 내 목소리를 탐색하는 게 현명하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거창하게 썼지만 그냥 할 말은 꼭 해야겠다는 얘기다. 20대 초반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누구든 그 자신이 스스로에게 충실할 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공간의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 여기는 안락한 대나무숲이 될 수도, 일종의 문제의식을 벼리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각하지 못했던 내 목소리를 찾고, 내 목소리의 높낮이와 톤, 결을 좀 더 세심하게 다듬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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