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마음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3년 동안 같이 일해온 동료가 출근과 동시에 내게 퇴사 결심을 털어놓으며 한 말이다. 금요일까지 상사에게 혼나 주눅 든 나를 위로해주던 그였다. 지난 주말 예전에 내가 말했던 근무 조건 좋은 회사가 어디냐고 묻을 때만 해도 버릇처럼 흔한 질문인 줄로만 알았다.
어느새 부턴가 회사가 자신의 영혼을 좀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하는 일, 상사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 다 괜찮고 그럴 수 있다고 넘겼던 일이 일요일이 돼서야 왈칵 밀려왔다고 했다. 그 뒤로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을 느꼈고, 이대로 회사를 다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루 만에 결정하기엔 너무 섣부르다고, 다른 데 가서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다고 채근하는 내게 그는 말했다. "여기보다 나빠지리란 보장도 없지." 마음을 이미 굳힌 듯했다. 인수인계서부터 사직서까지 일사천리로 내고, 그는 평소처럼 퇴근시간에 맞춰 회사를 나왔다.
강점 심리학의 창시자인 도널드 클리프턴은 모든 사람이 34가지의 강점을 각각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개념은 사람에 따라 같은 환경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며, 때로 차선이나 차악이 누군가에게는 최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성장 과정에서 끔찍하다고 느끼는 포인트는 다를 게 당연하므로, 누군가에게는 견딜 만한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그의 영혼을 견딜 수 없이 갉아먹는다고 느꼈을 터이다. 그래서 동료의 선택이 급작스러우면서도 이해가 됐다. 그가 염증을 느낀 지점에 대해 나도 적잖은 고민이 있었으므로.
특히 자신의 마음을 그동안 몰랐던 점은 퍽 공감이 갔다. 사람은 학교, 회사, 동호회 등의 소속집단에서 사회성을 기르지만, 속한 조직 전체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과의 공감과 협력이 덕목인 사회에서, 타인이 긍정하는 대목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어떤 욕구는 잊히지만, 어떤 욕구는 살아남아 개인의 개성을 짓누른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고개를 들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래서 심리학자 일레인 N. 아론은 <사랑받을 권리>에서, 자꾸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자아를 무대 위로 올려 상냥하게 대화라고 했다. 어린 시절 자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를 인정해줘야 그와 함께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자존감 수업>을 쓴 윤홍균 의사도 혼자 있을 때 마주하는 자기 자신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 말과 같은 맥락 같다.
동료는 퇴근길의 발걸음이 가볍다고 했다. 큰 일을 해낸 것 같아 홀가분하다는 그를, 나는 받아들이고 응원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실행으로 옮긴 그가 내심 부러웠다.
근데 동료는 평온한데 왜 내가 심란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