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삶을 꿈꾼다

1일 1글 일곱번째

by melody

ㅇ번 글의 주제는 #알고리즘 과 나의 취향


알고리즘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크게 당황했다. 그 알고리즘이 맞다면, 나는 급격한 속도로 쥐구멍을 찾고 싶을 것이다. 요즘 유튜브가 대세다. 아니 대세인지는 한참 지났지. 지하철을 타면 앞,옆, 옆, 서 있으면 주변을 빙 두르는 사람들이 모두 유튜브를 보고 있다. 나만 빼고! 본디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 이북보다는 책을 선호하고, 넷플렉스보다는 영화관 의자에 앉아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이 취향인 사람이다. 하지만 어쩌면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다. 변해가는 세상에 그 누구보다 앞장 서 사람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이야기를 풀어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것이 낯설다.

내 취향을 파악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앞에 말한 음료 글과 동일한 상황일까) 사람 자체가 유행에 민감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민감해야하는 직업을 택했으니 이것은 직무유기가 맞겠지. 하지만 노력은 한다. 가볍게 알아보는 것 또한 굉장히 편리한 세상이 되었으니까.

몇 번 유튜브를 보다 몇몇 영상들에게 간택당했다 (이런 표현을 쓰더라고) 그것이 나의 취향들을 입력해 비슷한 영상들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무언가 들킨 기분이었다. 나조차 내 속내를 잘 모르는데, 한낱 기계가 날 파악하려 들다니! (한낱은 아닐지도..) 나는 그것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난 비슷한 영상이 아니라 새로운 걸 보고 싶다고! 가쉽적인 뉴스는 몰래 보고 싶단 말이야! 니 맘대로 하지마! AI가 눈앞에 있다면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살기 편한 세상에서 세상 불편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여행을 가도 구글 지도를 사용하기 보다는 여행책에 있는 지도를 펼쳐보고 싶다. 이름만 입력해서 바로 연결되는 전화보다 꾹꾹 번호를 눌러 전화하는 방법이 좋다. (그래야 핸드폰 번호를 외울 수 있으니까) 인터넷 장바구니에 담아 집앞까지 배송오는 것보다 직접 마트에 가서 구경하고 시식도 하면서 장보는 것이 좋다. 문자로 전하는 마음보다 손글씨로 휘날려 쓴 편지가 더 좋다. 이렇게 써보니까 나 완전 육체파 같네. 물론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누군가는 촌스러운 사람이라고도 하고, 예전 기억들이라 그때가 더 좋아보이는 거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주어지는 것에 만족하고 싶지 않은 쓸데없는 자존심이랄까, 내 손으로 직접 찾아서 마음에 드는 것을 가졌을 때의 그 쾌감을 빼앗지 말아줬으면 하는 걸지도. 이런 걸 두고, 엄마가 나한테 해준 말이 있다. ㅉㅉ 사서 고생한다. 맞는 말이다.


알고리즘 주제에서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하여간 요즘 나는 만화책을 보다보다 못해, (백수가 되지마자 내리 며칠동안 만화책을 밤새 봤다ㅋㅋ) 직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입력 출력 어쩌고의 과정생략이라는 알고리즘과는 상관이 없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알고리즘은 취향과 확장의 개념 같아서. 만화책을 보다 직접 그리는 걸로 확장됐다는 이야기.

어쩔 수 없는 문과인가봐. 알고리즘이 뭔지도 모르면서 낯설고 회피하려는 걸 보면. 이공계열이 보면 기함할 이야기겠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려워하는 것이 딱 그 꼴이다. 결국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문제야. 바로 나.

어쨌든 밀린 숙제 끝! 내일부터 다시 제 날에 쓰는 1일 1글이 됩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소하기에 위대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