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인상깊은 책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최근에 책을 별로 읽지 못했다. 백수가 된 순간, 하루에 책 한권 읽으리오! 다짐했건만, 만화책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드라마를 본 것이 전부였다. <나의 아저씨>가 소설책으로 있으면(있으려나) 참 좋을텐데. 인상깊은 글귀에 밑줄을 치느라 아마 밤새서 읽었을 것 같다. 기억나는 문장들이 너무 많다. 나는 괜찮습니다. 아무 것도 아니야.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이 좋아. 기회가 되면 다시 드라마를 보며 그 대사를 적고 싶네. 몇 번을 반복해서 봤다. 대사를 적을 법도 한데, 적기보다는 함께 읊조렸다. 괜찮습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에요. 편안함에 이르렀나. 글 쓰면서도 눈물이 나오려고 하네. 결국 편안함에 이르렀음에도 왜 그렇게 슬플까, 그 드라마는. 각자 자신의 마음 속에 무거운 것을 들고서, 대신 아무도 모르게 (모른 척 해주는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라 그럴까. 그래도 살아간다. 아픔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고 쩌억 쩌억 금이 가도 그래도 살아간다. 아무 것도 아니야. 씻고 빨래하고 오늘 하루 일과를 다했으니 나는 괜찮은 것이고 시체처럼 잠들며 내일을 기다릴거야. 다들 그렇게 힘겹게 그리고 힘차게 살아간다. 그래서 자꾸 불쌍하다. 네가 불쌍하고, 내가 불쌍하고 열심히 사는 우리 모두가 불쌍해서. 그러니 다들 잘 살 것이다. 행복하자.
만화책도 엄청 봤다. 특히 이쿠에미 료의 작품을 전부 다 봤다.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 특유의 분위기와 섬세함에 푹 빠져있고 싶은 날들이었다. 10대 시절의 짝사랑이나 첫사랑도 이젠 유치해보일 법한 꼰대가 되었음에도 이쿠에미 료의 작품을 볼 때는 그 시절이 세상에서 제일 절실해보인다. 가슴이 저릿저릿하고, 한바탕 엉망이 될 정도로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는 이 상황까지 작가가 의도한 건 아닐까, 싶은 30대의 감성.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책을 보기 위해 이것저것 꺼내들었다. 역사서적부터 심리학책, 인문한책, 소설책 다 이리저리 휘집어 조금조금씩 읽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손이 안 갈까. 왜 이렇게 생각하기 싫을까. 왜 이토록 스스로 망가지고 싶을까. (물론 만화책 읽는다고 망가지는 건 아닌데) 그러다 몇 년 전 읽었던 <비하인드 도어>를 손에 잡았다. 이미 한 번 본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또 읽었다. 치밀한 사이코패스 남편에게 감금 당해 살아가는 주인공이 동생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인데, 한 번 읽으면 나도 모르게 끝까지 읽고 만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추천글의 감정을 느껴서일까.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마지막에 조력자로 나오는 동네 친구가 주인공과 나누는 3장 정도의 마무리를 보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마지막의 여운을 우리 스스로 느껴보라는 듯, 더이상 친절하게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이 폭발적으로 다가오는 거겠지만. 이런 소설 또 없나. 아무 생각없이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있다면 누군가 부디 추천으로 나를 구원해주길.
1일 1글이 끝나면, 1일 1책..까지는 아녀도 1주일 1책에 도전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