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전하는 이야기

1일 1글 열한번째

by melody




여전히 밀린 숙제를 하고 있다. 매일매일 하루에 한 글씩 쓰기로 했지만 어쩌다보니(분명 한가한데..) 하루이틀 밀리고 있다. 그런데 숙제라는 말 앞에 붙는 '밀린'이라는 말은 왜 이토록 다정한 것일까. 숙제는 밀려야 제 맛이지, 스스로 위로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지난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밀린 숙제, 밀린 일기를 기일이 다가오면 허겁지겁하던 예전이 생각난다. 그때도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밍기적 거렸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밀린 숙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 미룰 수 있는 숙제가 있다는 것이 내심 기쁜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의 숙제는 항상 나를 긴장케 하지만 형체가 있는 이 숙제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숙제를 잊게 해준다. 그래서 더 미루고 싶은 걸지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노래들을 듣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주 내내 드라마에 빠져 지냈다. 그리고 아직 그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고. 생각해보면 나는 딱 떨어지는 음악보다 영화나 드라마와 함께 있는 노래를 좋아한다. 음악에 관한 주제가 놓여졌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노래도 영화 <싱스트리트>와 <안녕, 헤이즐>, <타인의 삶>, <어둠 속의 댄서> 등 음악이 떠오르는 영화들이었다. 물론 그냥 좋은 노래들도 있다. 내적 댄스를 일으키는 신나는 음악부터 생각에 잠기게 하는 노래들, 직접 연주하고 싶게 만드는 재즈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꼽으라고 하니 이야기를 느낄 수 있었던 OST 음악들이 먼저 떠오른다.

언제부터였더라.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말하는대로, 생각하고 그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져 이루어진다고 믿는 것이다. 즐겁다 말하면 즐거워지고 행복하다 말하면 행복해지는 말의 힘. 음악이 가진 힘은 말이 가진 힘만큼 크다고 본다. 그래서 말과 음악이 함께 있는 OST가 좋은 것 같다. 4분 안팎의 곡으로 작품 속 그의 인생에 공감할 수 있고, 작품에 각인 된 그 순간의 내 감정이 솔직하게 느껴지니까. (오버해서 느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ㅋ) 그래서 그가 마치 내 옆에 존재하는 것처럼, 혹은 내가 그가 된 것처럼 살아숨쉬는 기분이 들잖아.

지금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 중 '보통의 하루'가 흘러나오고 있다. '너는 괜찮니 지나갈 거라 여기며 덮어 둔 지난 날들' 마치 그가 나에게, 내가 나에게 묻는 것 같다. 너는 괜찮니, 나는 괜찮니. 어쩌면 위로받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에 아파본 당신이 내게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나도 아팠다고 근데 편안함에 이르렀다고 그러니 너도 괜찮아질거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이러니 내가 안 좋아하고 배겨?

당신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요. 어떤 이에게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나요
사실 내가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오늘 하루 참 잘했다, 아무 것도 아니니까 모른 척 해. 괜찮아.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썼다면 어떤 글이 나왔을까. 그래도 지금 흐르는 곡이 '보통의 하루'라 내심 기쁘다. 덕분에 오늘 하루를 잘 보냈습니다. 푹 자고 일어나 다시 내일을 오늘처럼 잘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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