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1일
#2021년이루고싶은것
#2021년12월31일가상일기
1일1글, 약 2주간의 일정이 오늘로 끝났다. 하루에 글 하나를 쉽게 생각했지만 역시나 밀렸다 (ㅋㅋ) 근데 생각해보니 쉽게 여긴 게 우습네. 그게 참 안돼서 여직 제자리 걸음 중인데. 덕분에 2주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다. 내 생각, 내 가치관이 담긴 내 글! 이토록 내가 생각하는 것을 깊게 다듬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2주라는 시간이 지금까지의 인생에 비하면 정말 작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있어 이 2주라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다. 그 의미가 새삼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나 새해 첫날부터 엄청난 일을 해낸거네? 하는 뿌듯함, 감사함,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샘솟는다. 부디, 앞으로도 계속 이 엄청난 일이 계속 되기를.
2021년 이루고 싶은 것, 가상일기 중 무얼 써야할까 계속 고민했다. 과거의 이야기로는 조금 헤매다 한바탕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미래를 앞두고 있으니 한 줄도 나서지 못하고 있지 뭐야. 왜 그럴까. 바라는 것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니면 부정탈까봐 ㅋㅋ 그런 것일까. 언젠가부터 (결국 나이 들고부터)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참 되는대로 살아온 것 같은데, 이제는 잘 살고 싶은가봐.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것을 보면 말야.
그림 그리는 것이 재밌다. 지금까지는 1일 1글과 함께 1일 1그림을 나름대로(?) 그리고 있으니, 두가지를 함께 해내고 싶다. 하루에 한 글, 하루에 한 폭.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습관이 내것이 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20대에서 30대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 재밌게도 20대에도 갖고 있었고, 30대에도 갖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까이 있어 소중한 걸 몰랐던 거야'는 정말이지 명대사야. 앗 이런 노래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항상 함께 있어 소중한 걸 몰랐던 거죠' H.O.T.의 빛!!! (쩜 지켜줘야한다) 역시 나보다 어른들은 다 알고 있었나봐. 가족이라든가, 건강이라든가, 일이라든가,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든가, 친구도 그렇고 그게 뭐 20대에는 없었냐는 거지. 근데 그게 왜 새삼스레 30대에 더 감사하고 귀중하고 없어서는 안 될 필수가 되어버렸냐는 거지. 삶의 중심축이 크게 이동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 소중했는데 20대 때는 가려져 있었던 것 뿐일까. 그건 아직 모르겠다. 다만 항상 같이 있어 몰랐던 것들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게 된 순간, 나는 내 삶을 더 사랑하게 됐다. 썩 괜찮아보이지 않던 내가, 다시 보니 나빠보이지 않는거야.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내 눈만 바뀌었어. 그런데 그것이 삶을 변화시킨다.
그렇게 매일 행복해진다. 그리하여 삶이 변화하고 다시 행복해진다. 이 선순환이 나를 불안케 하는 것이다. 이 행복이 계속 되기를, 놓치지 않기를, 잃지 않기를. 지금 이토록 감사한 일이 많으니 다시 태어나는 것(ㅋㅋ)도 두려워지고. (요즘 웹소설에 회귀, 환생이 유행하다보니 저절로 이런 생각이..ㅋㅋ) 어쩌다보니 행복한 불안. 2021년에는 이 행복한 불안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오늘 안산에 올라갔다왔다. 작은 동네 산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정상은 부담스럽다. 물론 막상 가보니까 할 만 했지만. 안산의 안은 안장 안. 무슨 안일까 궁금해서 찾아봤지. 처음에는 편안한 산이라 안산인가, (안산은 4호선인데!) 안에 있어서 안산인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떠들다가 뒤늦게 검색했다. 소의 등에 짐을 싣는 길마와 닮은 산이라고 해서 안산이라는데, 딱히 와닿지는 않지만 그렇구나. 멀리서 이 산을 본 적이 없어서 닮은 지도 몰랐어. (겸사겸사 인왕산도 찾아봤는데 인왕사가 있어서 인왕산이래. 그래서 인왕사를 찾아봤는데 이건 또 어렵다. 조선을 수호하라! 호랑이 어쩌구 써있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ㅋㅋ) 산에 오르는 것은 귀찮지만 막상 다녀오면 좋다. 산 자체를 오르는 행위보다 산을 오르며 더 많은 시간 나누는 대화들, 산을 내려와서 먹을 맛있는 음식들, 높은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마시는 유자차 이런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올해는 더 산을 많이 가야지. 다음주에는 인왕산을 가봐야지 이런저런 다짐들을 했는데, 12월 31일 마지막날에 산을 다녀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 12월 31일, 산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많은 이가 산을 찾았다. 한 해의 마지막날까지도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산을 찾는 사람들은 분명 내년에 더 잘 살 거야. 산보다 거리가 한산하다. 다들 집으로 돌아갔으려나. 나도 집에 가야지. 따뜻한 거실에서 귤 까먹으며 한해를 잘 보내야겠다.
올해의 마지막날을 미리 얘기하고, 그대로 실천한다면 그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마치 예언가가 된 기분이겠지.
내친 김에 더 써야겠다.
올해 나는 소설을 썼다. 한 편이 어려웠지만, 그뒤로는 두편 세편 쭉쭉 썼다.
하루하루 쓰고 그렸던 것들이 내게 그 무엇보다 큰 성과가 됐다.
바라는 일들이 조금씩 내 뒤를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여전히 행복한 불안에 가득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