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글 열여섯번째
#지금할수있는일 #지금하고싶은일
1일 1글이라고 했지만, 사실 1일 1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그러면 어때. 일기 쓴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오늘 많은 것을 해냈다. 그동안 마음 먹었던 기준에서 본다면 정말 아주 적은 성취였지만, 목표를 달리 하니 그 어느 날보다 큰 성과를 이룬 날이었다.
오늘 쓰는 글이 열여섯번째, 백수가 된지 어느 덧 16일. 벌써 일까, 혹은 아직 일까. 다들 아직이라고 말했지만, 나홀로 벌써를 외치며 초조했다. 내가 쉬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아니 사실은 믿고 싶어 그 씨앗이 발견되기를 바랐다. 곧이어 새순이 돋아나기까지, 나는 16일을 버틴 것이다. 내가 쓸모 없는 것이 아니라고, 내가 가치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해줄 무언가를 찾아. 나 자신을 위해 증명하고 싶었던 것인지, 누군가에게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둘 다겠지.
그렇다면 난 무언가를 찾았는가. 열심히 찾고자 했다. 그리고 여럿이 그 가두리 안에 걸렸다. 이걸 할 수 있겠어! 이것도 괜찮겠어1 이걸 해볼까!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꽤 컸다. 그를 위한 준비물을 구입하기도 하고 신청도 하고 무엇을 해야하나 검색도 했다. 하지만 이어나가는 것은 아직 하나도 없다. 난 단지 찾고자 하는 행위에만 집중했다. 찾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무언가에 열중한 기분을 빠르게 느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거기까지. 아, 난 무언가를 찾아 헤매야만 한다고 생각했지, 그 너머에 도전하고 싶은 간절함은 없었구나. 한마디로 면피용이 아녔나 싶은거다.
그것을 깨닫고 목표를 달리 잡았다. 썩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애초에 대단한 것도 아녔지만) 오늘 할 수 있는, 지금 할 일을 최소한으로 잡아보자는 것. 그 이야기가 생각나더라구. 팔굽혀펴기 50개, 100개를 목표로 하는 것보다 1개, 3개를 잡고 하면 오히려 꾸준히 오래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기사였나 이야기였나. 내게 필요한 것은 '무언가'가 아니라 그것을 계속 할 의지와 '꾸준함'이었다는 것을 16일만에 깨달았다. (빠른 편이라고 해두자)
그래서 오늘 꽤 많은 성취를 이뤘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등록할 홈페이지를 찾아보는 것.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래. 덕분에 블로그에 포스팅도 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어 산 책을 1장 읽어보는 것. (일주일만에 처음 꺼내봤다. 1장 읽으려고 했는데 무려 3장이나 읽었다)
이 두가지를 한 것만으로도 목표에 벌써 다가간 기분이 들었다. 그래 생각에서만 그치면 그 확률은 0이지만, 아주 작은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확률의 숫자는 치솟는다.
하지만 아직도 글은 쓰지 못했다. 딱 1줄만 써보자, 했지만 파일을 열어보는 것에서 그쳤다. 그럼 목표를 또 다르게 잡자. 하루에 한 번 파일을 열어볼 것. 그렇다면 난 오늘 그조차 이룬 것이다.
문득 그물망 이야기가 생각난다. (반대로 기억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행복의 그물코는 촘촘하게 잡아서 아주 사소한 행복까지 거둘 수 있도록 하고, 불행의 그물코는 최대한 넓게 잡아서 그대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라는 이야기. 비단 행복과 불행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구나. 다르지만 비슷한 이야기. 최대한 촘촘하게 잡아서 아주 작은 행동조차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꾸준히 하면 된다고. 내가 나를 응원해야지 누가 나를 이렇게 응원해주겠어.
내일 내가 할 일도 여기에서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다만 그 목표들이 쌓여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믿는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깨끗하게 씻고, 참 잘했어 말해주며 푹 자겠다. (참고로 1일 1글과 1일 1그림은 유지 중!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