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지고 싶은, 완병

1일 1글 열일곱번째

by melody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팠다. 지끈지끈 지끈지끈 누가 머리를 꽉 누르고 있는 힘껏 내 몸통에서 빼내려고 하는 것처럼 머리가 아팠다. 아직 오늘 할 일이 남았단 말이야ㅑㅑㅑㅑㅑ하며 침대에 누웠다. 잠깐 잠든다는 것이 눈떠보니 새벽녘. 에잇 망했다 그냥 자자! 하면서 지금까지 잤다. 결국 1일 1글을 하루 밀렸다는 이야기. 괜찮아. 아직 오늘을 시작안했으니, 지금은 어제에 머무른 시간이야.

어제 아무 것도 하기 싫다고 썼는데, 오늘의 어제는 더 하기 싫었다. 머리가 아파서 일 수도 있지만, 덕분에 늦잠을 잤다. 그러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머리는 여전히 이곳과 저곳을 넘나들고 있는 상태.

그러니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자. 정확한 정보와 사실 기반의 내용을 전달하는 글을 주로 썼기에,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읽기 편한 글을 쓰고자 노력했기에, 내 글은 한없이 담백해졌다. 까마득한 그 시절에는 온갖 미사여구로 범벅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요리가 되기도 했는데 말이지.

어느새 얘도 나이를 먹었다. 꼰대가 되어버렸어. 자유롭게 유영하는 아이들을 질투하지 뭐야. 부럽다 나도 저렇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방함을 지금도 갖고 있으면 좋겠는데. 근데 사실 갖고 있었던 적도 없는 것 같지. 그런 자유분방함.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면 다행이지 뭐야. '나 때는 안 그랬어'라는 말은 나도 저렇게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시큼한 후회의 냄새가 난다. 딱히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도 아닌데, 이 단어와 저 단어가 만난다고? 이걸 이렇게 표현한다고? 부러움과 시기와 자책이 뒤섞어 후회보다 더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그래, 아무도 내 글 근처에는 오지 않으려고 할 거야.

가는 골목마다 벽이 세워져있다. 부술 수 있을까 만져봤는데 딱딱하다. 견고해. 아 어차피 해도 안 될 텐데 시도하지 말자. 그럼 타고 넘어가볼까? 패인 곳이 별로 없네. 근데 넘어가도 또 벽이면? 그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 다른 길을 찾아보자. 어차피 벽으로 가로막혀있으면 이 길은 아니라는 거잖아.
그런데 말야, 나는 정말로 미로 속에 있는가. 여기는 미로인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를 틀에 가두는 것도 나, 그 틀 안에 갇혀있는 것도 나, 빠져나가려고 노력하는 것도 나, 못 나가게 가로막는 것도 나, 나, 결국 나.


그리하여 이것에 이름을 붙였다. 완벽해질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완벽해지고 싶은 병. 완병!

이 자식 완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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