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 돈의 힘

1일 1글 열여덟번째

by melody




요즘 새나라의 어린이라도 된 것 마냥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하루의 마무리처럼 쓰고 싶었던 1일 1글(이라고 쓰고 일기라고 읽는다)이었는데 어느새 다음날 어제 이야기를 쓰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은근슬쩍 하루씩 밀리기)

하루에 하나씩,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하는 건 좀처럼 쉽지 않구나. 십 년 전쯤 같이 일했던 선배가 작가는 모든 것에 물음표를 세우고 저건 왜 그럴까 생각을 해야 된다고 그랬는데, 안 그러면 직무유기라고. 그게 어떤 말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십 년 뒤에 깨닫다니, 나 너무 늦되다



하루종일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방법도 있다더라, 저런 방법도 있다더라. 그리고 오늘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주식을 사고팔고사고팔고사고팔고사고팔고사다물렸다. 금요일은 이래서 안 좋아요. 역시 욕심부리다가 또 물렸네. 필사적으로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삼위일체의 동작을 플러스로 바꿔 기도해본다. 하지만 되살아날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마이나스를 내 마음 속에 그으며 묵념한다. 부디 삼일 뒤 부활하소서





돈은 참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엇이든 다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 중 3위 안에 든다고 하자. 돈만큼 중요한 것이 뭐가 있을까. 인정, 성취감, 발전가능성.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것들을 평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돈이다. 그래서 돈이 중요한 것이지. 내가 일한 만큼, 내가 잘한 만큼, 내가 노력한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따라와야하니까. 그 어떤 칭찬이나 인정의 말보다 돈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간편한데 왜 그건 못해주고 말로만 하냐는 거지! (물론 여러 상황적인 요소가 있었고 블라블라 형편이 되지 않고 블라블라 다음엔 더 챙겨줄 거고 블라블라)


이것을 인정하는데 장장 십년이 걸렸다. 흔히 말하던 열정페이의 주범이 여기 있다.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일하고 싶었고, 돈을 논하는 것이 내 가치를 폄하하는 것처럼 여겨져 주는대로 받던 죄. 그러다 호되게 꾸지람을 받았다. 네가 그렇게 하면 네 뒤의 후배까지 그렇게 일해야해! 그때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 그뒤로는 소심하게라도 쭈뼛쭈뼛 손을 들어 의견을 말했고 지금은 좀 뻔뻔하다 싶을 만큼 더 줘! 생떼를 부리기도 한다. 근데 또 참 우스운 것이 돈을 달라 당당히 요구하면 오히려 줄 것도 더 주기 싫은 것이 사람의 심리인 듯 하니, 돈이야 말로 평생 밀당을 해야할 존재가 아닌가 싶기도.

일한 만큼, 노력한 만큼, 잘 한 만큼, 받을 만큼. 그 가치는 누가 정하는 것인가. 어느 정도가 정당한 내 노동의 댓가인 것인가. 그것은 내가 정하는 것인가, 돈을 주는 사람이 정하는 것인가. 참 어려운 일이지 뭐야.
(이럴 때는 #돈의속성 #화폐전쟁 읽으면 아주 냉정해진다. 감성 따윈 개나 줘버려)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하지만 벌어서 뭐할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돈을 왜 많이 벌고 싶은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야하건만, 그런 질문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이유를 막론하고 돈은 많아야 좋다는 것이 서로에게 암묵적으로 당연시 되어 있다. 그것이 무섭다. 왜? 라는 이유가 붙지 않는 것이 당연해지는 순간, 그것은 누구나 좇아야하는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나도 좇고 있다. 난 주식의 노예)


(이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이 곳은 지금 불안의 시대다. 상실의 시대를 어찌어찌 견뎌내 무언가를 채운 것 같지만 채울 수 없고 다시 채워넣지만 이건 아닌 것 같고 그럭저럭 살 만한 것 같은데 또 언제 상실할지 모르는 불안감을 부채처럼 껴안고 살아간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 지금만을 채우면 살던 오늘과 달리, 내일에는 찬란함을 배불리 채우고자 노력한다.

내 어제는 상실했고, 내 오늘은 불안하니, 내일은 부디 그렇지 않기를. 내일은 어떤 시대일까. 상실, 불안 그 다음은 망각일까. 전부 잊어버릴 수 있기를, 하는 망각의 시대. 뒤룩 뒤룩 살이 올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생각하지 않는, 그저 먹고 싶은 걸 먹고 손에 움켜쥐는 눈 앞의 목표만이 중요한 세상.
너무 부정적인가. 그러면 어때 주식망인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