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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joge Apr 27. 2017

기도하는 마음으로

2017년 4월 26일의 일기

  이모가 계신 병원에 다녀왔다. 지난 두 번의 병문안때에는 선한 이모에게 왜 이런 시련이 찾아 왔는지 원망스런 마음이 많이 들었다. 오늘은 여기에서도, 그곳에서도 이모는 언제나 하느님의 나라에 계시니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모부가 핸드폰에 녹화된 이모의 모습을 보여주시며,"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를 보며 귀여워하는 이모의 목소리가 얼마나 낭랑한지 들어봐, 이모가 산에서 모이로 유인해 참새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으로 그 모습을 촬영한거야, 솜씨가 대단하지." 하실 때는 이모의 밝은 웃음과 목소리를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 또 눈물이 왈칵 났다. 크면서 이모를 자주 뵙지 못한 나도 이렇게 슬픈데 이모와 더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다른 가족들은 얼마나 더 슬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모부가 참 많이 힘드실 것 같다.

  맞은 편에는 40대로 보이는 여자 환자가 누워있었는데 두 눈이 의식 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 가족도 한 명 없이 쓸쓸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슬펐다. 이모는 사랑하는 가족들 가운데 둘러싸여 있으니 덜 슬픈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모부는 이모가 선하고 고집스러운 삶을 살아 오셨다고 했다. 이모부는 최근에 이모가 벌써 몇 년 전에 있었던 지인의 경조사에 부주돈을 주지 못한 걸 꼭 다시 갚겠다고 고집부려서 한 번 다퉜는데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하셨다.      

  이모와 이모부는 스물 여덟에 결혼해 근 40년을 함께 산 동갑내기 부부인데, 어린 시절 이모댁에 놀러가면 두 분이 가끔 티격태격해도 서로에게 다정해보였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 기억 속의 이모, 이모부는 항상 밝고 따뜻하고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이모부는 이모는 하느님을 믿고 사랑해서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다. 또 이모를 위해 많이 기도해주시는 지인분이 이모가 이미 천국, 하느님의 나라에 큰 집을 마련해놓았으니 걱정말라 했다고도 하셨다.  이모와 이모부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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