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서랍장

나는 안현희 마리스텔라

서랍을 정리하다 20대의 나와 마주했다. 돌이켜보니 많은 추억들을 쌓으며 살아왔고, 그 안에는 기쁨도, 아름다움도, 힘들다고 투정하던 순간들 그리고 눈물도 있었다. 쉼 없이 달려온 순간을 뒤로하고, 삶의 2막을 앞둔 지금에서야 그 모든 순간이 사실은 행복이었고, 축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삶은 감사의 연속이었다. 물론 여전히 고민하고 방황하지만, 그것은 괴로움의 고민이 아니라 더 나은 행복을 향한 갈망이다. 나이 들수록 멈추기보다 끊임없이 꿈꾸고, 사색하고, 나를 넘어 타인을 향해 살아가고 싶다. 물질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부족함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삶, 열정적인 삶, 죽지 않는 열정을 채우는 삶이 내 앞에 있다.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다. 그냥 하면 되니까.

수십 년간 해온 일을 내려놓고 또다시 길 위에 서 있지만, 인덕과 행운이 내 곁에 있었던 지난 세월처럼, 앞으로도 잘 살아낼 것이라 믿는다. 살아온 날이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많아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젊게 두고 싶다.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다른 이의 아픔과 고통을 더 깊이 보듬으며 살아가고 싶다. 선택된 이름, 마리스텔라로서.

나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도 않지만, 비범한 사람도 아니다. 부족한 것도 많다. 드러내는 데 서툴게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침묵 속에만 머물지도 않았다. 눈물이 많고 웃음도 많고, 정 또한 많다. 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바람도 많다.

무엇 하나 완벽히 이룬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놀기만 한 것도 아니다. 늘 배우고 경험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내 삶은 나름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 길은 종종 처절했으나, 인복 덕에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약한 듯 강했고, 쓰러질 듯 휘청거리면서도 끝내는 쓰러지지 않았다. 언제나 보이지 않는 힘이 양쪽에서 나를 떠받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늘 울림이 있었다.

'내가 누린 삶을 다른 이에게도 내어줄 거야. 흔들리는 이들에게 꺾이지 않는 힘이 되어 줄 거야.'

나는 그 울림을 따라 살고 싶다. 내가 받은 빛을 타인을 위해 다시 빛으로 내어주며, 내가 살아온 날들이 타인의 희망이 되고, 빛이 되어줄 수 있는 안현희 마리스텔라로 오래 간직되기를 바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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