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서랍장

편의점 이모님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미금역에서 커피학원 수업을 마친 시간이 6시였다. 8시에 수내역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에 두 시간 남짓은 서점에서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수내역 근처를 아무리 둘러봐도 서점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눈에 들어온 부동산에 들러 여쭈어보니 반대편으로 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순간, 하필 휴대폰 배터리까지 떨어져 곤란해졌고, 충전을 위해 바로 옆에 있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운터에 계신 아주머니의 인상은 무척이나 밝고 따뜻했다. 충전을 부탁하며,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잠시 안에서 머물러도 되겠냐고 묻자 활짝 웃으시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그렇게 머문 40분 동안 많은 손님들이 드나들었는데, 그 풍경이 낯설고 신기하게 다가왔다. 손님들 모두가 하나같이 인사성 바르고 예의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아주머니가 아이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알고 계신다는 점이었다.

내가 "아주머니, 어쩌면 손님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친절할까요? 아주머니도 마찬가지고요.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늘 오시는 손님들이라 그래요."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주머니가 늘 진심으로 손님들을 대했기에, 그 마음이 전해진 것이리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따뜻함이 번져왔다. 세상의 사람들이 이곳처럼 서로 따뜻함을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내 마음도 활짝 열려 아주머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안 씨라는 인연에 전화번호까지 주고받았다. 또 찾아오겠노라 인사하고 발걸음을 옮겼는데, 이후 며칠 뒤 아주머니께 안부 톡이 왔다. 그 일을 계기로 몇 차례 안부 인사를 나누면서 나는 아주머니를 ‘이모님’이라 부르게 되었고, 그렇게 조금은 가족 같은 인연이 맺어졌다.

이모님은 중국에서 오신 분이었다. 한국인 남편분과 가정을 이루셨고, 두 분 사이에는 딸이 하나 있다 하셨다. 딸은 중국에서 공부하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친구도 없는 채 직장을 찾고 있다며 말동무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이모님께서 부탁해 오셨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미루던 끝에 오늘 다시 그 편의점을 찾았다. 마침 딸도 와 있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서로 얼굴을 자주 보자 약속했다.

편의점을 나서는데, 이모님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내 손에 초콜릿을 꼭 쥐여주셨다. 사양했지만 끝내 웃으며 건네주셨다. 그 초콜릿을 들고 돌아오는 길, 나는 이모님과 그 딸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마음속으로 바랐다.

수많은 길 위에서 우연히 잘못 들어간 작은 편의점. 그러나 그곳에서 맺어진 인연은 결코 우연 같지가 않았다. 어쩌면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신 만남이 아니었을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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