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서랍장

엄마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우리 엄마는 늘 강하시고, 건강하실 줄 알았다. 아프시면 본인이 병원도 척척 알아서 가시고, 여든이 되신 나이에도 월·수·금요일에는 오전에 지역 주민센터에서 단전호흡 수업을 가신다. 점심은 동네 경로당 같은 곳에서 친구분들과 함께 활동도 하시고, 식사도 해결하신다. 오후에는 종합운동장 스포츠센터에서 아쿠아로빅을 하시고, 때로는 친구분들과 저녁을 드실 때도 있다. 그리고 대체로 오후 5~6시쯤 집으로 돌아오신다. 화·목·토·일요일에는 산에 가시거나, 모임에 나가시거나, 혹은 여행도 다니시며 본인의 생활을 활발히 이어가고 계신다.

​엄마는 젊어서 많은 고생을 하셔서 악착같이 벌어놓으신 돈으로 본인 노후 준비를 해놓으셨다. 그래서 자식들에게는 짐이 될 일이 전혀 없으시고, 오히려 부족한 자식들에게 보태주시기까지 하니 늘 죄송한 마음뿐이다. 그러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 자신을 안달복달하게 하고, 때로는 조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삶을 허투루 살 수 없다고 다짐하며, 늘 배우고 채우며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명한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다. 자랑스러운 딸이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딸,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도록 더 노력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얼마 전 엄마는 여행을 다녀오셨다. 3개국 크루즈 여행이었는데, 많이 편찮으심에도 불구하고 이미 400만 원을 지불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다녀오셨다. 다녀오신 후 너무 힘드셔서 병원부터 가자고 하셨다. 안 봐도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된다. 척추 전문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으시고, 척추뼈에 주사를 맞으셨다. 상황을 봐서 차도가 없으면 수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거기에 감기로 2주가 넘게 고생하고 계신다. 너무 힘들어하셔서 병원 가서 링거도 맞고 오셨다. 예전 같았으면 금세 털고 일어나셨을 텐데, 여행의 여독으로 인해 이번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지금의 상황도 마음이 아프지만, 확실히 예전 같지 않은 엄마의 모습에 눈물이 난다. 대신 아플 수도 없고, 늘 “엄마는 나보다 더 건강하시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며 엄마를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하고, 늘 보살핌을 받기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엄마는 106세까지 사셔야 해.”라고 말하면 엄마는 “왜 106세냐?"라고 물으신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엄마처럼 건강하지 못하니까 그렇게 오래 살 것 같지도 않고, 엄마랑 손잡고 같이 가려면 그래야지. 너무 오래 살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일찍 가고 싶지도 않아. 나는 딱 80세까지만 살래. 그러니까 엄마는 106세까지 사셔야 해.”

​나는 엄마가 그저 아프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랑하는 엄마가 아프니, 옆에 있는 나까지 우울하고 기운이 없다. 이제 조금씩 좋아지시는 엄마를 보면서, 나이 들어감의 쓸쓸함과 건강으로 인한 고달픔,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을 의지하고 챙겨줄 가족에 대한 사랑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혼자인 나의 미래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러한 생각 끝에, 미래에는 어쩌면 안락사가 일반화되는 사회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기에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의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오늘의 엄마 모습을 보며, 나이 들어감에 따라 닥치는 상황들을 부정하기보다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하지만 신약과 기술의 발달로 인한 장수 시대에, 노후가 통증과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고통 없이, 스스로 원하는 시기에 좋은 날 이 세상을 잘 정리할 수 있기를 마음속 깊이 바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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