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치유 독서수업
나는 2년 전부터 웬만해서는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오붓하고 여유롭게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이 되었다. 가끔은 여동생 집에 들러 조카들의 얼굴을 볼 겸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하지만, 공연이 있거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약속을 점심이나 오후로 마무리한다.
술 약속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두통이 심해 가족 행사 때 와인을 조금 마시는 정도다. 그래서 친구나 지인들과의 만남도 주로 낮 시간에 가진다. 덕분에 저녁 시간에는 여러 활동을 하며 여유롭고 좋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동안은 체력적인 이유로 혼자 하는 시간들을 즐겼지만,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찾던 중 ‘그림책을 이용한 마음 치유 독서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신청하게 되었다.
이번 독서 수업은 오랜만에 참여하는 저녁 수업이라 더욱 설렘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가는 길에,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은행나무와 단풍들이 마음을 들뜨게 했다. 수업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어 무척 뜻깊었다. 글 밥이 많지 않은 그림책을 통해 사람의 내면을 읽고 나누는 과정이 신기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정서적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강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네 차시를 남기고 수업이 폐강되었다. 그 사실이 몹시 서운했다. 아마 다른 수강생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난 뒤 책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선생님은 조용하고 느긋한 수업 분위기가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녁 시간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과 겹친다는 점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선생님의 정성 어린 자료 준비와 수업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알고 있기에 더욱 마음이 안타까웠다. 수업을 잘 이끌어가고자 하는 선생님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이해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관에서도 이 수업의 목적이 이윤보다는 시민의 심리적 안정과 교양 증진에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중도 폐강 결정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남은 수강생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처사였기 때문이다.
열정적으로 수업을 준비한 선생님과 끝까지 성실히 참여한 수강생들, 그 어느 쪽도 만족스럽지 못했을 이번 결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만약 내가 담당 강사였다면 큰 상처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행 중인 수업을 중간에 폐강하는 것은 강사와 수강생 모두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일처럼 느껴졌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지만, 오늘의 만남이 소중했고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앞으로의 새로운 만남을 더욱 귀히 여기게 될 것 같다. 부디 선생님께서도 오늘의 일이 상처로 남지 않고, 더 좋은 여정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선생님과 수강생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