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아래서
동네 터줏대감으로 자리했던
오래된 은행나무
나와 동네 친구들에게
놀이터가 되어 준 당산나무
올라타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세상이 푸른빛
가을이면 노란 비를 뿌려
친구들과 내리는 잎을 맞으며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려
푸른빛, 노란빛을 담는다
겨울이면 작은 썰매장이 되어준 나무
비닐 포대를 썰매 삼아 타던 놀이터
겨울엔 눈을 모아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은행나무가 나이를 먹어가듯
나도 어른이 되어
은행나무를 찾았다
나도 나이를 채우고
나무도 나이를 먹어
여기저기 쇠 뽈대가 세워지고
곳곳에 영양제가 꽂혀있는 너
오래도록 그 자리에서
계절이 바뀌어도
나를 맞아주기를
나의 삶이 다하는 날까지
마음을 잡아주는 거대한 너
마음의 위안이자 버팀목이 되어주는 너